[쿠키 건강] 성문화의 무질서와 문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 자녀와 여성의 건강을 책임질 역사적 순간 앞에서 정부와 종교계는 물론 관련 전문가와 사회의 리더급 인사들과 단체들은 과연 어떤 책임질 발언들을 했을까.
◇“생명과 관련된 문제…피임전문가는 의사”
▶대한의사협회-산부인과학회 최안나 위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대표자로 참석한 최안나 위원은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피임진료를 왜 의사에게 받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 국민들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며 의료계 전체를 대신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최 위원은 ‘피임전문가는 의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문가 진료가 정착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피력했다.
최 위원은 “약사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피임교육을 할 수 있지만 여성을 매일 만나는 것이 일인 산부인과 의사를 이용해야 한다. 여성이 호르몬제를 복용해도 괜찮은 상태인지 아닌지를 보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를 사회가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도 낙태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피임해서 건강한 시기에 임신하도록 의사를 제대로 이용해야 한다. 진료기회도 박탈하지 말아야한다. 보험진료 해야 한다. 그 비용을 아끼다가 낙태공화국이 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의협과 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을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외래와 365일, 24시간 진료하는 분만 병의원에서 즉시 투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강인숙 위원
종교계 대표로 참석한 천주교 주교회는 응급피임약이 수정란의 파괴와 수정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하는 실질적인 낙태약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인숙 위원은 “응급피임약은 단순한 피임약이 아니라 반생명적인 낙태약”이라며 “응급피임약 문제는 단순히 약리적인 문제만으로 다룰 수 없고, 윤리적·사회적·의료적 문제들을 함께 고려해서 다루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은 배아에 관한 문제이니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위원은 “교황청은 응급피임약을 낙태와 마찬가지로 비윤리적 악행을 본다. 난자와 정장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자연사까지 생명은 존중, 보호돼야 한다. 종교와 학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전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 외국의 사례를 비교해 그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현철 회장은 “일반약으로 전환한 의약선진외국의 경우를 고려했다고 하는데, 그들 국가와 우리나라는 전제조건이 다르다. 사전피임률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되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구피임제 복용률이 꼴찌 수준이다. 비교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일반약으로 전환한 외국이 실제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김 회장은 “2001년 일반약으로 전환한 스웨덴의 경우 2006년 판매량은 두 배가량 증가했고 낙태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약으로 분류된 지금도 우리나라는 판매량이 매년 늘고 있다.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어떻게 되겠나. 응급피임약은 많이 팔려서는 안되는 약”이라고 꼬집었다.
◇“응급-사전피임약 모두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대한약사회 김대업 부회장
대한약사회는 그간 산부인과의사회가 주장해온 바를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이어, 사전피임약도 일반약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응급피임약이 고농도 호르몬제로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미국 FDA자료를 제시하며 norgestrel 성분은 일반약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할 만큼 안전성 자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김대업 부회장은 “Norgestrel 성분의 OTC 전환에 대한 risk-benefit 비교연구결과에 의하면 원하지 않는 임신 감소, 유산 수술 감소 및 의료비용 절감 등의 면에서 유익함이 많았지만, risk는 미미했고 오남용에 대한 증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응급피임약이 피임 실패율이 높아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율 감소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문약으로 분류된 사전피임약도 일반약으로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사전 경구피임제는 지난 50여년간 사용되면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립됐고 특히 최근에는 low-dose 제제로 시판되고 있어 안전성이 더욱 제고 됐다는 것.
김 부회장은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 및 비용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일반약으로 현행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조윤미 본부장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이하 녹소연)도 약사회와 같이 응급피임약, 사전피임약을 모두 일반약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참했다.
특히 녹소연은 응급피임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꼭 방문해야 할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녹소연 조윤미 본부장은 “현실적으로 성관계 이후 찾아온 여성에게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복용에 따른 주의사항 정도며 이는 약국에서의 복약지도와 표시의 강화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응급피임약의 처방은 가정의학과나 내과 등 산부인과 외의 개인의원에서 처방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의사의 진찰 없이 병원 직원에 의해 처방전만 발급해주는 수준이라는 것.
또 사전피임약이 전문약으로 전환될 경우 환자 부담금이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일반약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미 본부장은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할 경우 진찰료 1만원, 조제료 4000원이 추가되므로 한달에 2만원에서 2만5000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실련-한양대 의대 정승준 교수
최대 72시간 안에 복용해야 하는 응급피임약의 특성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측면에서 일반약 전환을 찬성하는 입장도 나왔다.
한양대 의대 정승준 교수(경실련 대표)는 “사후응급피임약의 경우 최대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하고 12시간 이내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 시기를 지나게 되면 중절수술이나 미혼모 출산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중절수술의 후유증으로 이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역시 사전피임약의 약국판매도 주장했다. 정 교수는 “사후응급피임약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의 접근성을 제고하고, 사전피임약은 단순히 약리적 측면이 아닌 여성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약국 판매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손정은 기자 jeson@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