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단속한다던 복지부, ‘대형병원 봐주기’

전문병원 단속한다던 복지부, ‘대형병원 봐주기’

기사승인 2012-08-08 06:58:01
집중 단속 기간 지났어도 버젓이 광고하는 병원들

시정 명령 후 수정하면 된다는 해석에 지정전문병원은 ‘반발’

[쿠키 건강]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전문병원제도가 사실상 ‘대형병원 봐주기’식 행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정보 부족으로 대형병원을 찾는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병원제도를 도입하고 지난해 11월 99곳의 전문병원을 지정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전문병원 허위광고, 과장광고 등이 많아지면서 4~5월 전국 보건소를 통해 집중단속을 벌였다.

그러나 집중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대형병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와 병원 내 간판과 병원 건물, 홍보 책자 등에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시정 명령 후 수정한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혀 지정전문병원의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 인지하지만 단기간 내 수정은 어렵다는 대형병원

수도권 내 대형병원 중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이대목동병원 이대여성암전문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암·치과·척추전문병원이다. 이들 병원 모두 전문병원 명칭 사용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여러 행정 절차와 비용 등의 문제로 단기간 내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대여성암병원은 건물 외벽은 물론이고 옥외광고와 시내버스, 대형마트, 공항 등에 ‘이대여성암전문병원’으로 광고했던 부분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기존 광고 업체와의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디자인 시안을 새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와 원내 간판에 암과 치과, 척추 3가지 진료 분야를 전문병원으로 표기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현재 홈페이지 전면 개편 작업을 통해 3개월 이내에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전문병원 명칭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행정절차상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다. 시간을 두고 고쳐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강남세브란스 또한 “전문병원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했지만 제도가 생긴 이상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홈페이지나 원내 간판 제작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계도기간과 집중단속기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병원 자체적으로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1차 단속기관인 보건소도 병원에 시정 명령을 전달하지 않았고, 주무 부처인 복지부 역시 대형병원의 전문병원 명칭 사용에 대해 “알아보고 시정하겠다”고만 답했다.

◇복지부, “1차 단속기관도 보건소, 행정처벌도 보건소 몫”

현행 의료법상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은 지정된 의료기관만 사용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 벌금, 1~2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그러나 시정 명령 후 수정만 된다면 이를 처벌할 수 없다.

전문병원제도에 관한 의료법을 위반해 허위광고를 한다고 해도 법을 위반한 부분이 수정된다면 소급 적용도 되지 않는 것이다. 시정 명령의 횟수에 대한 규정도 따로 없어 시정이 늦어진다 해도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단속 의무나 처벌 권한이 지자체와 관할 보건소에 있으며 복지부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 제정은 복지부이지만 법령을 위반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처벌은 관할 보건소에서 하기 때문에 복지부는 관할 보건소에 단속만 주문할 뿐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수정하면 그만? 단속 무책임에 지정전문병원 ‘불만 속출’

불법으로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일반 환자에게 전문 진료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고도 시정 명령만 따르면 된다는 정부 방침에 지정전문병원은 불만을 표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하고 중소병원으로 환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정작 복지부가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A안과전문병원 진료부장은 “직접 복지부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알아보겠다’고만 했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더니 관할 보건소에 문의하라고 했다. 보건소는 단속결과 위반한 병원이 없다고 했지만 대학병원은 버젓이 광고하고 있었다”며 “광고가 되고 있는 지하철역과 버스 번호까지 알렸지만 몇 달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수정만 하면 되는 법이라면 누가 지키겠느냐”고 반문했다.

B산부인과전문병원 관계자는 “전문병원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불법으로 광고를 하고도 처벌이 없다는 사실이 황당하다”며 “대학병원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했던 명칭이어도 제도가 도입된 이상 고쳐야 하는 것이고 정부도 잘못한 병원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척추전문병원 관계자는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이 전문병원으로 홍보하고 있어서 보건소에 항의했더니 ‘척추특화병원’으로 이름만 살짝 바꿨다”며 “전문, 특화라는 명칭을 사용해서 이름만 살짝 바꾸고 있어 전문병원만의 경쟁력이나 홍보 효과도 거의 없고, 다른 형태의 전문병원 명칭만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단속한 것은 아니며 만약 시정이 안 됐다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확실하게 조치하겠다”며 “8월부터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온라인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전문병원의 허위나 과장광고 부분도 많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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