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각시탈’ 한채아 “저였다면 강토를 사랑하지 않았겠죠”

[Ki-Z 人터뷰] ‘각시탈’ 한채아 “저였다면 강토를 사랑하지 않았겠죠”

기사승인 2012-08-18 14:36:01

[인터뷰] 팔색조 매력이란, ‘각시탈’에 출연 중인 배우 한채아를 두고 생긴 말은 아닐까.

때로는 가수로 때로는 갬블러로 때로는 수녀로,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다양한 매력을 한껏 드러내 온 한채아는 최근 이강토(주원)를 짝사랑하는 순애보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과시하는 중이다.

“이렇게 드라마에 몰입해본 적 처음이에요. 매 신마다 감정 이입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몰입을 하지 않으면 아예 연기를 할 수 없어요. 얼마 전 목단을 향해 ‘죽여!’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로 죽이고 싶다는 감정이 끓어오르더라고요. 데뷔 이래 처음이었어요. 이제야 제대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랄까.”

한채아의 이국적인 외모와 단단한 눈빛은 독하고 뇌쇄적인 팜므파탈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신비스러운 이미지와 자신의 앞길을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잔인함은 극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수목극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KBS 드라마 ‘각시탈’은 1974년 발표된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를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일제에 맞서 싸우며 조선인들의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각시탈’ 강토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정체 탄로 위기에 놓인 이강토(주원)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 더 독해진 슌지(박기웅)의 복수심 그리고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목단(진세연), 이강토를 향한 홍주(한채아)의 사랑이 본격화되면서 ‘각시탈’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극중 한채아는 권모술수와 거짓말에 능수능란하고 자존심 높은 채홍주 역을 맡았다. 채홍주는 양반지주의 딸로 태어났으나 독립자금을 후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선 독립군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고 어머니마저 죽자, 부모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아홉 살의 나이에 스스로 기생이 된 인물.

출중한 미모에 남달리 뛰어난 노래와 춤 실력을 갖춘 채홍주를 일본 정계의 숨은 실력자 우에노 히데끼는 양녀로 삼고, 채홍주는 비밀결사조직 시쇼카이 회원들을 죽이고 있는 각시탈을 제거하라는 명을 받고 조선 땅을 밟는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라라로 불리며 일본인의 양녀인 만큼 우에노 리에라는 일본 이름도 있다.

그러나 독기만을 내뿜던 채홍주에게 각시탈은 곧 아킬레스건이 됐다. 목숨까지 내놓으며 강토를 보호하기 시작한 홍주의 처절한 순애보는 드라마의 긴장과 재미를 동시에 잡고 있는 동시에 향후 사건 해결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돼 더욱 기대감을 모은다.

“채홍주는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에요.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은 어느 배우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악녀로 비춰지기 때문에 고민은 했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악역이 아닌 나만의 색깔을 내보자, 싶었죠.”

화려한 외모와는 달리, 평소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다니는 그는 채홍주를 연기하게 되면서부터 킬힐을 꺼내 신었다. 옷 또한 화려하고 성숙함이 느껴지는 스타일로 챙겨 입었다. 채홍주로 살아야겠다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눈빛 연기는 할 때마다 쉽지 않아요. 내면 연기라고 해야 하나? 정말 눈짓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할 때가 많아요. 대본에 말줄임표(‘…’)만 있을 때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진짜 연기’를 배워가는 것 같아요.”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액션 대작인 ‘각시탈’은 인기에 힘입어 기존의 24부작에서 4회가 연장돼 총 28회로 막을 내린다. 한채아는 드라마의 인기 비결로 장르와 원작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았다.

“워낙 원작이 훌륭했고, 히어로 액션물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장르인 것 같아요. 일제시대 이야기라 일종의 애국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당시 시대상을 궁금해하는 심리도 작용한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동료들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요.”

사실 ‘각시탈’의 주인공 이강토 역은 수많은 인기 배우들의 손을 거쳐 갔다. ‘각시탈’을 고사한 이유로 한류 스타들이 일본 인기를 의식해 출연을 꺼려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결국 주원이 주인공을 맡게 됐으나, 연기 경력이 많이 않은 그의 캐스팅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주원은 악랄해 보이는 눈빛 연기와 남다른 카리스마로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첫 리딩할 때가 기억이 나는데, 다들 속으로 내심 ‘주원이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을 거예요. 주원의 첫 대사가 ‘일동 차렷!’이었는데, 정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고 자신 있게 너무 잘했어요. 뭔가 ‘찡’하면서 ‘아, 되겠구나’ 싶었죠. 주원은 가능성이 무한한 배우예요. 목소리 톤도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 어리잖아요. 촬영장에서 농담으로 그래요. ‘너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면 누나 모른 척하지 않을 거지?’라고.(웃음)”

극중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닮은 점을 묻자 “정반대 성격”이라고 말한다. 한채아는 “홍주는 야망이 대단해 모든 걸 딛고 일어나지만, 나라면 아마 고문하기 전에 다 불어버렸을 것 같다”라며 웃는다. 강토를 짝사랑하는 극중 홍주와 달리, 사랑하는 방식 또한 브라운관 밖에서는 정반대다.

“제가 만약 채홍주였다면, 저는 강토를 사랑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는 목단을 좋아하고 있잖아요. 다른 여자에게 눈길 간 남자, 매력 없거든요.(웃음)”

이러한 성격은, 몇 해 전 대기업 간부 딸인 사실이 알려지며 ‘연예계 엄친딸’로 불린 사실에 대한 대답에도 오롯이 전해졌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어우, 아니에요”라며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남들과 똑같이 자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08년 시트콤 ‘코끼리’에서 킥복싱 선수 역으로 데뷔한 한채아는 올 초 ‘히어로’에서는 열혈 형사 역을 맡아 액션연기에서 재능을 과시한 바 있다. 작품 수는 많지 않아도 유독 액션과 인연이 깊어 보인다.

“사실 키도 별로 크지 않고, 몸매도 왜소한 편인데 많은 분들이 저에게 액션의 기운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캐릭터가 겹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다음에는 짝사랑 아닌, 사랑받는 역을 꼭 하고 싶습니다.(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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