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코앞에 두고…박정희·박태준 드라마, 말이 되나?”

“대선을 코앞에 두고…박정희·박태준 드라마, 말이 되나?”

기사승인 2012-08-20 15:49:01

[쿠키 방송] “박정희의 유신정권을 찬양하던 박태준의 전기 드라마 ‘강철왕’은 제작을 중단해야 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KBS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려서는 안 됩니다.”

KBS 새노조가 내년 1월 방송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강철왕’의 제작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게 나섰다.

노조 측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철왕’이 다루는 시대적 배경은 박정희 집권기”라며 “드라마 성격상 필연적으로 박정희 시대의 치적을 과장하고 개인적 미화를 피해 가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제작 중단을 요구했다.

‘강철왕’은 강호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로, 내년 1월부터 주2회 방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KBS는 지난 7월 외주사에 편성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로, 편성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는 12월에 열리는 대선이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드라마에 비중 있게 다뤄진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중심이다.

◇ 절묘한 타이밍…박근혜 후보만 좋은 일?

박태준의 일대기를 다룬 ‘강철왕’은 어떤 드라마일까. 주인공인 박태준은 드라마에서 제철소의 건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산업화 영웅으로 묘사될 가능성이 크다.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박정희 대통령과 5.16 등의 사건들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과연 드라마에서 이러한 당시의 역사를 어떻게 다룰지는 미지수다. 주인공을 묘사함에 있어 공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드라마 곳곳에 실존 인물들에 대한 미화가 지나치면 결과적으로 편파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로서는 오는 12월의 대선에서 좋은 홍보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윤성도 노조 정책실장은 “KBS가 앞장서 유신정권을 미화해주니 박근혜 후보로서는 고마운 일일 것”이라며 “여권 후보의 아버지를 미화하는 방송이 어떻게 공정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강철왕’이 결국 ‘이승만 다큐’와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판단했다. 지난해 방영했던 ‘이승만 다큐’는 지나치게 이승만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공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 기획회의 통과하지 않았는데, 세트장을 짓는 까닭은?

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해서는 제작사가 제출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드라마국과 편성국의 간부들이 참여하는 기획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작품의 제작이 확정되면 편성과 제작비에 대한 사안이 논의된 후 최종적으로 제작에 돌입한다.

홍기호 부위원장은 “9월에 열릴 기획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는데도, 지난달에 세트장 준공을 시작했다. 전무후무한 사례이며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다”라며 “외주 제작사가 무엇을 믿고 수십 억 원 대의 펀딩을 받고 세트장 공사까지 돌입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는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편성이 당겨지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강철왕’은 내년 1월에 맞춰 드라마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라며
마치 시간을 정해 놓고 약속이라도 한 듯한 모양새“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내년 1월 방송 드라마라면 올해 10월 말 캐스팅과 스태프 구성이 완료되고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다. 제작발표회와 현장공개 등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11월~12월에 걸쳐 진행된다. 홍보를 위한 수많은 보도자료 또한 배포된다.

수십억과 수백억이 투입되는 드라마는 갈수록 대형화 비즈니스화 되고 있고, 기획 및 제작 단계에서부터 홍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에서의 파급력 또한 크다.

때문에 노조 측은 방송 일정이 아닌 올해 연말 이뤄질 이러한 갖가지 드라마 홍보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초고와 기획안을 검토한 드라마국 간부들이 모두 반대 의견을 냈고, 상식적으로 보면 절대 방송이 될 수 없는 드라마”라며 “그런데도 콘텐츠 본부장 등 사내 경영진은 드라마를 여전히 강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강철왕’은 포항과 경상북도에서 각각 10억 원씩 후원을 했고, 포스코에서는 더 많은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포항시 일대에 청와대 건물과 포철 건설 당시의 공사장 현장 건물 등을 짓고 있다. 기획회의도 통과하지 않은 시점에, 갖가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계획대로 제작에 돌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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