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즘 안방극장에서 ‘실장님’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꼽으라는 데에는 주저 없이 배우 고세원을 떠올리게 한다. 바르고 곧은 이미지와 신뢰감이 느껴지는 목소리 그리고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없는 표정까지, 드라마에서 선보이는 그의 젠틀한 연기가 요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KBS 일일드라마 ‘별도 달도 따줄게’에서 한미당 식품 회장의 외아들이자 잘생긴 외모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남들이 보기에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한민혁 역을 맡은 고세원은 요즘 일일드라마의 인기를 몸소 실감하면서 앞으로의 기대를 당부했다.
“요즘 시청률 확인하는 재미로 살아요.(웃음) 얼른 30%를 넘겼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일일극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죠. 데뷔 이래 가장 많이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내용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사랑받는 거겠죠. 끝까지 에너지를 갖고 갈 수 있는 동료와 스태프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별도 달도 따줄게’는 갈등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지만 결국 어려울 때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홈드라마. 서로에게 상처만 줬던 가족들이 갈등을 치유해 나가는 내용을 그린다.
“식당에 가면 난리가 난다”고 표현할 만큼 그는 주부 팬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캐릭터 연구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완벽해야한다는 스스로의 강박으로 ‘기분 좋은 긴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사랑이다.
“드라마의 복잡한 관계와 거기에 따른 심리 상태가 다양했는데, 그 복잡함이 너무 좋았어요.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다 달라요. 후반부에는 출생의 비밀이 주력인 만큼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겠다 싶었죠.”
그가 연기하는 한민혁은 겉은 화려하지만 남모를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기억을 잃고 길을 헤매던 중 한미당 식품의 사주인 한정훈에게 구원받은 ‘남자 신데렐라’였다. 현재의 불안한 행복을 진짜 행복이라고 믿으며 다짐하듯 살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는 못한다.
“입양아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심도 있게 그리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시대가 좋아져서 입양도 자연스러워진 요즘이지만, 겉으로는 완벽하지만 눈치를 보고 산다는 전제하에 드라마가 시작된 것인 만큼 입양아의 아픔을 잘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에 대해서는 “조동혁은 나와 동갑이고 원래도 잘 알던 친구인 만큼 편하다. 서지혜 씨는 드라마 캐릭터처럼 러블리하고 실제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라며 “문보령 씨는 사람들을 잘 따르고 친근한 성격이라 많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나 실장 등 엘리트 캐릭터만 맡나 싶다가도 케이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또한 KBS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이어 SBS ‘세자매’에서도 나쁜 남자로 출연해 ‘악역배우’라는 꼬리표를 얻은 것도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다.
특히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를 배우로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이다. 신인인 그의 이름과 연기력을 드러내게 해준 드라마였다. 그는 “문영남 작가님이 ‘막돼먹은 영애씨’의 애청자라 저를 ‘수상한 삼형제’에 발탁하셨다”라며 “저를 보고 ‘카메라 앞에서 긴장 안하고 제대로 놀 수 있는 이미지’라고 평하셨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출연해 5년이 된 작품인데, 배우로서의 발판이 돼준 작품입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시도의 드라마였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연기하는 배우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드라마였죠. 개인적으로 고향 같은 작품입니다.”
일주일에 10벌이 넘는 양복을 입을 만큼 화려한 엘리트 캐릭터 연기에 한창인 그는 “사실 엘리트 캐릭터는 많이 연기하지 않았지만 늘 봐왔던 배우인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라며 “아무래도 엘리트 캐릭터가 잘 어울려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코믹함과 악역, 젠틀한 이미지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쳐 온 것 같아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리는 것도 과제인 것 같습니다. 어떤 캐릭터로 인사 드릴지, 많은 기대해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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