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티아라 멤버 화영이 퇴출되고 일명 ‘티아라 사태’라고 명명된 지 한달이 지났다. ‘화영 왕따설’이 제기된 직후부터 따지면 더 오래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대중들을 납득하기 어렵게 만든 시발점이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가 ‘화영 퇴출’을 공식화 한 7월 30일 보도자료니, 8월 30일은 꼭 한달이 되는 셈이다.
여러 사람들이 거론했듯이 전 세계 이슈인 ‘런던 올림픽’마저 ‘티아라 사태’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 논란이 어느 시점에서 결론을 내고 끝난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티아라 사태 한달을 정리하고, 무엇을 남겼는지 짚어본다.
‘화영 왕따설’은 퇴출로 이어져…온갖 루머 난무
걸 그룹 중 하나로 연예계에서만 이슈를 생산하던 티아라가 사회적 이슈메이커로 등장한 것은 7월 30일이지만, 징조는 이미 7월 25일부터 있었다. 티아라 멤버들이 ‘의지’를 거론하며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 화영을 왕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어났고, 잇따라 과거 동영상 등이 캡쳐되며 ‘화영 왕따설’은 순식간에 퍼졌다. 여기에 김광수 대표는 30일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선언해 28일과 29일 주말은 티아라 사태가 터지기 전 폭풍전야처럼 흘러갔다.
그리고 30일 결국 김광수 대표는 화영을 팀에서 퇴출시켰다. 보도자료 내용은 화영에게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스태프들까지도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도자료 전문을 접한 기자들뿐 아니라 누리꾼들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화영을 퇴출시키기 위한 앞뒤 안 맞는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김광수 대표의 ‘악수’(惡手)는 이어졌다.
보도자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갑자기 화영이 KBS 2TV ‘뮤직뱅크’에서 목발을 집어던지는 등 돌발행동을 해서 퇴출을 시켰다는 보도자료를 재차 뿌렸다. 문제는 김광수 대표의 뜻대로 ‘화영의 잘못’이 부각된 것이 아니라, 기획사 차원에서 멤버를 매장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화영이 트위터에 김광수 대표의 보도자료에 대해 ‘진실 없는 사실들’이라고 짤막하게 적은 글은 엄청난 파급력을 낳았다.
이후 인터넷에는 ‘티진요’(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가 만들어져 30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호응했고, ‘왕따’라는 단어에 민감한 누리꾼들은 연이어 티아라와 소속사를 질타했다.
티아라 사태가 갑자기 커지자 인터넷 상에서는 온갖 루머가 난무하기도 했다. 코어콘텐츠미디어 연습생임이라며 티아라 멤버간의 갈등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내 인터넷 게시판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티아라 멤버들 간의 일부 영상만 캡쳐된 내용들도 떠다니며, 보는 이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김광수 대표의 무리수 역시 이어졌다. 뜬금없는 기약도 없는 내년 티아라 일본 투어 소식을 전하더니,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 게시물을 기사화 한 7개 언론사를 8월 6일 형사고발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물론 약 2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형사고발 된 매체는 없다.
보도자료와 상충되는 멤버들의 인터뷰까지 나왔다. 소연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영 퇴출 소식을 기사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1차 보도자료에서 김광수 대표가 스태프들과 티아라 멤버들과 아침까지 상의했다는 말과 정반대의 말이다. 상의하는 자리에 소연만 빠진 게 아니라면, 누구 한명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고스란히 티아라에게 피해를 입혔다.
방송 출연 비난과 광고 퇴출, 급기야는 드라마 하차와 방송 편집까지
‘왕따’라는 단어가 등장한 ‘티아라 사태’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빠르게 감지하는 기업들을 움직이게 했다. 티아라 멤버들이 광고에서 연이어 퇴출된 것이다.
티아라가 모델인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는 8월까지 계약이 남았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고 티아라 포스터를 매장에서 전량 회수했다. 은정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대우증권 역시 현재 사용 중인 광고 이미지를 교체했다. 원래 계약기간은 9월 말까지다.
전의경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은정의 사진 역시 에프엑스의 크리스탈로 교체됐다. 경찰청은 지난해 말로 전의경 홍보대사가 만료된 은정 사진을 현재의 홍보대사인 크리스탈로 바꾼 것이라 해명했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미 촬영한 방송 내용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 것도 비난을 받았다. 4일 MBC ‘세바퀴’에 은정, 지연, 아름이 출연했고, 6일 지연과 은정이 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편집 없이 전파를 탄 것과 관련해 시청자들의 비판이 폭주했다.
멤버들의 드라마 출연 역시 불안 불안하게 이어졌다. KBS 2TV 월화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에 출연중인 소연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출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시청률 역시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결국 황은경 작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연의 하차는 없지만 출연 분량은 줄일 것”이라며 티아라 사태를 의식한 발언을 건넸다. 앞서 소연은 교통사고까지 당해 악재에 악재를 더했다.
효민 역시 교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8부작 금요시트콤 ‘천 번째 남자’가 17일 첫 회 시청률 6.7%로 출발하더니, 24일 2회는 전국 기준 5.1%를 기록했다. 이 시청률이 100% 효민 때문이라고 볼 수 없지만, 시청자 게시판이나 관련 게시판의 글을 보면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나마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소연과 효민은 나은 편이다. SBS ‘다섯손가락’에 출연 예정이었던 은정은 촬영 전날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다. 방송 전 ‘티아라 사태’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막상 드라마에 은정을 출연시키기에는 부담스러웠고, 여기에 PPL 등 현실적인 문제가 겹쳐 제작사는 하차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SBS나 제작사 양 측 모두 방송계 관계자들에게 “절차가 잘못됐다”며 비판을 받았지만, 누리꾼들은 은정 하차와 더불어 소연, 효민 하차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급기야 KBS 2TV 일일시트콤 ‘닥치고 패밀리’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은정과 지연은 방송분이 편집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티아라 사태’ 이전에 이미 촬영을 마친 상황이지만, 시청자들의 요구에 제작진이 두 손을 든 셈이다.
가요 영역에서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능, 드라마 등 방송 영역에서도 티아라 멤버들의 수난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티아라 사태가 남긴 것과 전망
단순하게 보면 걸 그룹에서 한 멤버가 불화 때문에 나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왕따’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단어가 결부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일로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기획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 사이에 불화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학교에서 친구들이 서로 질투하고 싸우듯이 10대 후반 20대 초반 아이들의 성향으로 바라볼 것인지, ‘왕따’ 분위기로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 문제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소속 아이돌 가수들의 대중들이나 관계자들에게 비추는 모습에 당연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도 ‘티아라 놀이’ 등 신종 왕따 놀이가 성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역으로 ‘티아라 사태’로 인해 ‘왕따’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렇다면 이렇듯 논란을 만든 티아라는 향후 어떻게 될까. 실상 현 시점에서 ‘티아라 사태’는 ‘화영 왕따설’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이는 화영이 모 매체와의 인터뷰,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반응이 시큰둥한데서 알 수 있다.
이후 키Key)는 사실 김광수 대표가 쥐고 있다.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던 티아라가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가운데, 김광수 대표의 선택은 정면 돌파, 여론 탐색, 해체의 방법 등이 남아있다.
정면 돌파는 티아라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고 활동을 강행하는 것이다. 비판 여론은 당연히 일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사안에 대해 둔감해지는 대중들의 성향을 어디까지 읽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대중들이 갖는 티아라에 대한 반감이 지속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지면, 자칫 티아라는 만신창이가 된 채 활동을 하며,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조금 더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며 멤버들의 개별 활동 및 해외 활동을 펼치다가 단체 기자회견 등으로 이어지며 서서히 티아라 활동을 재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도 지금 은정, 소연, 효민의 상황을 보면 녹녹치는 않다. 특히 과거 남규리의 씨야 탈퇴 시, 나머지 씨야 멤버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반전을 행했던 사례를 대중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티아라 멤버들의 만약 기자회견에 나선다 하더라도, 얼마나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부여할지 의문이다.
티아라 해체라는 극단적인 방법도 있지만, 사실 가능성은 낮다. 이는 감정적으로 티아라를 비난하는 이들이 종종 요구하는 일이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티아라 멤버 전체가 피해자로 남아 더 안 좋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몇몇 연예계 관계자는 “초반부터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은 김광수 대표다. 그 말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김광수 대표다. 현재 티아라 멤버들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어느 방송에 출연해 속내를 털어놓더라도 그게 과연 설득력을 갖겠는가. 티아라 멤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