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방송진단] 브라운관 물들이는 90년대 추억과 향수

[Ki-Z 방송진단] 브라운관 물들이는 90년대 추억과 향수

기사승인 2012-09-01 14:09:00

[쿠키 연예] 70~80년대를 일컫는 ‘7080’에 이은 90년대의 문화가 신(新)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대중 문화계의 복고 열풍에 90년대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새로움과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90년대 향수 트렌드는 서태지와아이들로 시작한 아이돌 팬덤 문화가 큰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1997’는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냈다. ‘응답하라 1997’은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추억’을 리얼하게 그려낸 드라마로, 아이돌 팬덤 문화를 만들어낸 아이돌의 시초 H.O.T와 젝스키스가 활동하던 1997년을 중심으로 했다. 두 아이돌을 통해 과거를 추억함은 물론, 성시원(정은지) 윤윤제(서인국) 등 청소년들의 러브스토리도 재미를 더한다.

‘응답하라 1997’은 평균 시청률 3%를 유지하며 5주 연속 케이블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30대 층에서 시작된 ‘응답하라1997’ 열풍이, 재미와 공감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 속에 입소문을 타고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대박’으로 이어졌다.

추억과 향수, 복고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소재로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이 폭 넓은 연령층에서 인기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로 작용했다. 팬덤뿐 아니라 시대상 배경으로 등장하는 IMF나 당시 정치상황 등의 디테일한 묘사가 눈길을 끌고 배우들의 찰진 사투리 연기와 5초에 한 번씩 빵빵 터지는 웃음코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종영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 또한 마흔 살의 주인공들이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장면에서 90년대의 문화가 엿보여 재미를 더했다. 모든 사람들이 둘러 앉아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 ‘모래시계’를 시청하는 모습이나, 벽돌만한 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은 이채로우면서도 추억을 자극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주인공은 90년대 하이틴 스타였던 장동건과 김민종. 대사 또한 “미래에는 에어콘이 천장에서 나오게?” 등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대상을 잘 그려냈다.

케이블방송 Mnet의 ‘음악의 신’은 90년대 잘나가던 시절 옛 영광에 심취한 이상민이 재기를 노리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었다. 리얼리티를 강조한 이 방송은 이상민이 90년대의 활동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가 등장하며 옛 추억을 자극했다.

시청률 40%를 넘긴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 출연 중인 가수 겸 배우 김원준의 극중 캐릭터는 90년대 잘나가는 한물간 톱스타다. 가수 윤빈 역을 맡은 그는 90년대 화려했던 모습은 뒤로한 채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김원준은 “요즘 윤빈으로 살아가면서 뒤늦게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라며 드라마의 인기는 물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브라운관뿐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마찬기지다. 상반기 흥행을 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의 추억을 그리면서 90년대 후반의 대학가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향수를 자극했다. 삐삐(무선호출기)와 힙합 패션 등 당시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등장하면서 더 큰 재미를 안겼다.

이러한 90년대 문화 트렌드의 인기는 소비의 중심 세대가 7080에서 90년대로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기획형 문화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90년대를 그리워하고 추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트렌드로 형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공감을 이끌며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90년대 문화. 앞으로 어떻게 발전, 생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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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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