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조명 사용, ‘광독’ 유발해 망막 손상= 집안 조명을 조절할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평균 조도보다 지나치게 밝게 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어둡게 하는 것이다. 우리 눈에서 조리개 역할을 하는 동공은 어두운 곳에서 자연스럽게 커지게 된다. 흔히 어두운 집안에서 조도가 높은 조명을 환하게 켜게 되면 망막에 도달하는 빛이 많아져 이로 인해 광독(光毒)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조명 환경은 망막손상의 가능성을 높이거나 눈의 피로를 가중시켜 각종 질환의 진행 속도를 급속히 앞당길 우려가 있다. 특히 백내장 수술로 인공수정체를 시술한 경우나 포도막염 등의 안질환으로 인해 동공운동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광독에 취약하다. 반대로 지나치게 어둡게 할 경우에도 눈의 긴장상태를 지속시켜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실내조명으로 인한 눈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집 안에서의 생활 습관을 올바르게 가질 필요가 있다. 너무 어두운 곳에서 TV나 컴퓨터 등을 이용할 경우 평소보다 많은 양의 ‘활성산소’를 만들게 된다. 활성산소는 눈의 정상세포를 파괴하고 노안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눈 건강에 좋지 않다.
최근에는 불을 끈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젊은 층에서도 노안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어두운 곳에서의 영상 기기 사용을 삼가고 TV나 컴퓨터 모니터는 밝은 곳에 두는 것이 좋다. TV와 컴퓨터 모니터의 위치를 15~20도정도 조절해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눈의 피로를 막는 한 방법이다.
늦은 밤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의 작업을 할 때는 이중 조명을 켜주는 것이 좋다. 방 전체의 조명을 밝게 하고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약간 왼쪽 뒤편에 스탠드를 하나 더 켜 놓는 것이 눈의 피로를 최소화하고 시력 저하를 막는 방법이다.
집안 조명의 조도에도 신경 써야한다. 보통 전체 조명은 간접 조명으로 부분 조명은 직접 조명으로 설치한다. 중요한 것은 빛의 밝기인데 눈이 편안함을 느끼는 간접 조명의 조도는 100~200룩스 정도이고 직접 조명의 조도는 400~700룩스 정도가 적당하다. 따라서 스탠드와 같은 직접 조명은 눈이 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반드시 갓을 씌워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은 “우리 눈은 수면 시에도 빛에 영향을 받는 만큼 수면 중에는 가능하면 주변을 어둡게 해야 낮에 활동하는 동안 소모된 시세포를 재생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어린이의 경우 자는 동안에도 안구 성장이 이뤄지는 만큼 가능한 침실에 두꺼운 이중 커튼을 사용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야간 조명은 눈 건강에 더 악영향= 실내조명과 함께 우리 눈을 자극하는 또 다른 조명이 바로 길거리의 야간 조명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야간 조명은 눈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LED 조명은 형광등에 비해 깜빡임이 없고 지속적으로 고른 빛을 내기 때문에 다른 조명 방식보다 망막 내 집광 면적이 작아 부분적으로 빛이 집중될 경우 망막 시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길거리의 야간 광고판 조명은 일반적으로 직접 조명 방식으로 돼 있고 빛이 강한 경우가 많아 어두운 환경에서 눈의 동공이 커진 상태로 직접 조명을 똑바로 쳐다보면 광각막염과 같은 안구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시력교정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야간 조명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수술 직후에는 야간 운전 시 자동차 라이트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강한 자동차 라이트를 쳐다보면 순간적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으로 수개월 이내에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에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수술 초기에는 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장시간 야간 운전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벼운 눈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도 조명으로 인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다. 눈이 침침하고 건조함이 느껴진다면 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뜨는 행동을 자주 해 눈의 긴장을 풀어주고 눈 주의를 엄지손가락으로 지긋이 눌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