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노무현 전 대통령 보자마자 반한 사연

문재인, 노무현 전 대통령 보자마자 반한 사연

기사승인 2012-09-16 21:53:03

[쿠키 정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정치는 체질적으로 안 맞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자서전 ‘운명’이 출간된 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고, 마침내 정계에 입문한 지 채 1년도 안 된 16일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정치인 문재인’의 운명이 무엇일지 온 국민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문 후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다. 참여정부 시절엔 ‘왕수석’이라고 불린 최고 실세였다. 경희대 법대에 입학한 뒤 학생운동에 투신했고 1975년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제적됐다. 이때 수감된 곳이 서대문구치소였고 지난 6월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특전사에 강제 징집돼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80년 복학한 뒤 사법시험(22회)에 합격했지만 다시 계엄령 위반 혐의로 구금됐고 같은 해 6월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하고도 시위 전력 때문에 법관 임용에서 탈락해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82년 부산에서다. 당시 변호사였던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해 합동법률사무소를 차렸다. 문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때까지 만났던 선배 법조인들은 어딘지 모르게 권위적이고 엘리트 의식이 있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그런 게 전혀 없고 정말 소탈했다”며 “‘나와 같은 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첫 만남을 회고했다. 이후 문 후보는 부산의 노동·인권변호사로 자리를 잡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부산 경남 변호사 모임’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산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엔 줄곧 노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본인은 정치에 뜻이 없었으나 “당선시켰으니 끝까지 책임지라”는 노 전 대통령의 설득에 못 이겨 청와대로 갔다고 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 2004년 5월 시민사회수석, 2005년 다시 민정수석을 지냈고 정권 말기인 2007년에는 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켰다. 늘 ‘코드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렸으며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올랐으나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 재직 기간 ‘대통령의 눈높이’에서 국정 전반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여정부 임기가 끝나고 문 후보는 정치판을 떠나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노풍(盧風)이 불면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된 그는 친노무현계 좌장으로 떠올랐다.

문 후보는 지난해 자서전 ‘운명’이 대박을 터뜨리며 대선주자로서 몸값이 폭등했다. 지난해 말 ‘혁신과 통합’ 상임공동대표로 야권통합운동을 이끌었고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출마해 당선됐다. 6월 17일 대선 출정식에선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 왔지만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역사상 최악의 정권”이라고 각을 세우기도 했다.

‘정치인 문재인’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당내 경선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노영민 의원은 “선의의 거짓말도 꺼릴 것 같은 솔직함, 진실함이 있다. 성실함과 정의감도 그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력의지가 약해 보이고, 친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점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

여전히 ‘숫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경험이 짧다보니 대중 연설도 능숙하지 않다는 평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내용을 전달하는 데 연설 초점을 맞추며 문재인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있다”면서 “학습능력이 뛰어나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경희대 성악과를 나온 부인 김정숙씨는 적극적인 내조로 유명하다. 김씨는 지난 8월 말 출간한 책 서문에서 “이 책은 남편을 도우려고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뒤에서 꽃만 들고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편을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부산사나이답게 야구를 좋아한다. 대학 시절 학년 대항 야구 대회에서 주장을 맡았고, 사법연수원 시절엔 4번 타자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김상기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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