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응답하라’ 정은지, ‘연기신’ 부름에 응답하다

[쿠키人터뷰] ‘응답하라’ 정은지, ‘연기신’ 부름에 응답하다

기사승인 2012-09-17 08:10:01

[인터뷰] 2011년 5월 걸 그룹 에이핑크 데뷔 당시 인터뷰로 잠깐 돌아가 보자. 청순미를 내세우며 과거 핑클이나 S.E.S를 연상케 하는 일곱 명의 어린 친구들이 각자 자기의 소개를 했다. ‘굉장히 여성스러울 것이다’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멤버들의 면면이 활동적이고, 일면 터프하기까지 했다. 그 중 정은지에 대해 쓴 문구다.

‘사실 에이핑크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청순함과는 거리가 멀다. (중략) 은지는 부산에서 선머슴으로 불리었다. 방송이나 인터뷰 때 보여주는 ‘진한’ 부산 사투리는 이를 가늠케 한다.’

1년 4개월이 지난 2012년 9월,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는 이 ‘진한’ 부산 사투리와 선머슴 같은 성격을 기반으로 한 능청스러움으로 한순간에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에서 성시원 역을 연기한 정은지는 ‘은지앓이’ ‘시원앓이’를 만들어냈고, ‘연기 신동’이라는 극찬이 거리낌 없이 붙었다. 그리고 이 수식어에 대해 ‘너무 과장이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없다. 연기 한번 배운 적 없는 정은지가 ‘대박 사건’을 친 것이다.

“처음에는 캐스팅이 될 것이라 생각도 못했어요. 연기를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평가를 받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사실 감독님은 오디션 현장에서도 제가 에이핑크 멤버인지도 모르셨어요. 당시에 오디션 과제가 첫 회에서 등장했던 공개방송 현장에서 ‘토니 오빠’를 외친 모습이었어요. 악 쓰는 와중에 사투리도 사용해야 하는데, 사실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있는 힘껏 ‘토니오빠’를 외쳤죠. 제 목소리가 조금 크잖아요.(웃음)”

실상 ‘응답하라 1997’은 제작발표회와 첫 방송 전까지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이야기라는 기본 줄거리가 단순히 아이돌 열혈팬들 이야기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고, 7080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가 한차례 쓸고 지나간 자리에, 은근슬쩍 90년대 문화가 끼어들려 한다는 시선도 있었다. 여기에 서인국-정은지가 주연으로 나선다고 하니, 선뜻 tvN에 채널을 맞추기 어려웠다.

그러나 첫 방송이 나가면서 대박 조짐을 보이더니, 단 2회 만에 ‘응답하라’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시청률도 최고시청률 5%를 이미 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은지가 자리 잡았다. ‘생활형 연기’의 절정을 첫 연기 도전에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내린 결론은 그냥 자연스럽게 제 성격대로 하자는 거였어요. ‘연기’를 하면 더 ‘연기’를 못 할 것 같더라고요. ‘연기 신동’이라 불러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부담스럽죠. 제가 뭘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너무 제 모습 같아서 부모님이 ‘서울에 CCTV 달아놓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그러나 이런 연기를 보여주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드라마에서는 능청스러운 성시원이지만, 드라마를 나오면 엄연히 걸 그룹 멤버로 활동한다. 이미지를 먹고사는 연예인으로서, 자칫 정은지의 캐릭터가 에이핑크라는 걸 그룹 이미지와 안 어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극 중 윤윤재가 성시원의 가슴을 우연찮게 만지는 장면 등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시원이 아버지에게도 대들고 굉장히 털털한 성격을 보이는 것이나, 윤윤재가 가슴을 만지는 장면 등 극중 모습에 대해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어요. 그래서 회사 대표님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런데 회사 대표님이 ‘드라마를 찍을 때는 넌 성시원이고, 에이핑크로 활동할 때는 정은지인데, 뭘 고민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다시 편안하게 촬영에 임했어요.”

‘응답하라’를 통해 정은지는 핑크빛 열애설까지 났다. 상대는 윤윤제 역의 서인국. 물론 두 사람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극구 부인했다. 성시원-윤윤제의 핑크빛 러브라인이 서인국-정은지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국이 오빠는 저를 남동생처럼 대해줘요.(웃음)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드라마가 정말 잘됐기 때문에 거론된다고 생각해요. 좋은거죠. 하지만, 진짜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랍니다.”

‘응답하라’로 대박이 났지만, ‘연기자’ 정은지의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처음부터 너무 잘 맞는 옷을 입어봤기에 다음 작품부터 입을 옷들의 폭이 자칫 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응답하라’가 정은지를 통해, 정은지가 ‘응답하라’를 통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성시원과 정은지의 성격 싱크로율이 100%에 가까웠기 때문이고, 부산을 배경을 했기 때문이다. 이 두 영역을 벗어나면서부터 ‘진짜’ 정은지의 도전이 시작된다.

“그렇잖아도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위 분들의 조언도 많이 얻었고요. 어느 분은 굳이 사투리를 고칠 필요가 없다고 하시면서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이라고 하시고, 어느 분은 폭 넓은 캐릭터를 맡기 위해서는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세요. 지금 표준어를 연습하고 있지만, 어느 말이 맞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제가 첫 작품만을 한 상황에서 ‘이거다’라고 답을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분명 연기를 재미있더라고요.(웃음)”

사진=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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