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 1인 3색 목소리 따라하다 제 목소리 잃을 수도

영화 ‘광해’ 1인 3색 목소리 따라하다 제 목소리 잃을 수도

기사승인 2012-10-19 14:19:00
[쿠키 건강]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천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광해’의 인기몰이에는 목소리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배우 이병헌이 맡은 광해와 하선, 광해가 된 하선 등 각 인물의 성격에 맞춰 달라지는 목소리는 영화 ‘광해’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남의 목소리를 많이 흉내 내는 것은 목소리 건강에 좋지 않다. 자신의 목소리와 다른 음역대의 소리를 무리하게 내면 성대에 과도한 긴장을 불러일으켜 자칫 제 목소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남의 목소리 억지로 흉내 내면 성대 통증 유발= 영화 ‘광해’에서 이병헌은 역에 따라 목소리를 달리 해 전혀 다른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광해는 진중하고 위엄 있게 목소리를 낮게 깔아 연기하는 반면, 하선은 광대라는 극중 역할에 맞게 다소 가벼운 하이톤의 목소리를 내 극중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목소리를 낮추거나 높이는 등 본인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바꿔 내는 것은 목소리 건강에는 해롭다.

이진석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음성클리닉 박사는 “남의 목소리를 흉내내면 성대에 과도한 긴장이 가해진다”며 “자신과는 다른 형태의 발성패턴을 갖게 되므로 비정상적으로 후두 근육을 사용하게 돼 음성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람의 목소리가 각기 다른 것은 서로 다른 모양의 발성기관에서 비롯된다. 그 중 성대의 길이와 두께는 음역대를 결정짓는 요소다. 편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는 양쪽 성대가 부드럽게 맞닿으며 부딪힌다. 하지만 아주 낮고 작은 목소리를 억지로 내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평소와 다른 패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성대에 악영향을 준다.

낮은 음을 내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성대의 접촉 면적을 넓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후두 근육에 힘을 줘 성대를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 높은 음 역시 성대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늘려 성대를 얇게 만들어야 하므로 긴장이 동반된다. 이러한 인위적인 발성 패턴은 근육의 움직임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때문에 호흡 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고 목 근육에 과도한 긴장이 일어나 성대가 쉽게 피로감을 느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근긴장성 발성장애나 폴립 생기면 거친 목소리 나와= 자신이 낼 수 없는 음성을 내기 위해 억지로 목소리를 변형시키면 근긴장성 발성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근긴장성 발성장애란 해부학적이나 기능적으로 성대 구조는 정상이지만 발성 양상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발성장애를 말한다.

긴장성 피로증후군은 발성장애가 오래 지속되면서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고 목소리가 쉽게 피로해지며 음역이 감소하는 상태를 말한다.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고 말할 때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보가트-베이콜 증후군은 남의 목소리를 무리해서 따라할 경우 성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 나타나는 발성 장애다.

자신의 음역대에 맞지 않는 남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흉내 내다 보면 성대에 굳은살이나 물혹(성대폴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질환은 성대가 정상적으로 접촉하고 진동하는 것을 방해해 목소리를 변하게 할 뿐 아니라 목을 쉽게 지치게 한다. 이 경우 성대 점막의 표면이 거칠어지고 울퉁불퉁해져 공기가 새는 듯한 쉰 목소리가 난다.

◇발성법 교정, 복식호흡 연습으로 호전 가능= 성대결절이나 성대폴립 같은 성대 질환은 초기일 경우 대부분은 단시간 내에 호전될 수 있다.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최대한 목소리를 아끼면서 잘못된 발성법을 교정하는 등의 관리로도 목소리가 좋아질 수 있다. 보가트-베이콜 증후군 역시 목의 긴장을 풀어주고 편안한 발성을 하도록 꾸준한 음성훈련이나 복식호흡을 연습하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목소리 건강을 위해서는 자신의 음역대가 아닌 목소리를 무리하게 따라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평소 생활 습관 역시 중요한데, 충분한 수분 섭취로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술과 담배는 후두와 성대를 건조하게 하므로 피한다. 위산 역류도 성대에 자극이 되므로 과식이나 야식은 하지 않도록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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