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신뿐이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전체적인 극의 맛을 살리는 촉매제 역할도 된다. 매번 같은 배우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는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에게 색다른 환기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아예 흥행을 노리는 선전에 사용되는 경향도 있는데, 카메오 퍼포먼스(cameo performance)라고 불린다.
카메오(cameo)는 흔히 유명 배우가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말하는데, 어원은 보석 위에 양각으로 새기는 조각을 뜻하는 말이다. 보석 위에 인물상을 새겨 넣으면서, 보석보다 인물이 더 눈을 끌어 비중은 작지만 두드러지는 배역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영화감독 히치콕이 1940년대부터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사 없는 엑스트라로 출연한 것이 그 시초로 여겨진다.
노 개런티가 관례인 카메오 출연은 굳이 제작진이나 배우와의 친분이 없더라도 존경의 의미에서 출연을 자청하는 경우도 있다. 로버트 앨트먼(Robert Altman) 감독의 ‘플레이어(1992)’에서는 브루스 윌리스와 줄리아 로버츠 등이 짧게 등장해 주인공보다 큰 유명세로 주목을 받았다.
카메오로 가장 유명한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2002년 선보인 제이 로치 감독의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Austin Powers in Goldmember)’다. 톰 크루즈와 기네스 펠트로, 스티븐 스필버그, 브리트니 스피어스, 케빈 스페이시, 존 트라볼타, 데니 드 비토 등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2005)’에는 송강호, 신하균, 유지태, 강혜정, 윤진서 등의 배우들뿐 아니라 류승완 감독과 ‘통일의 꽃’ 임수경도 카메오로 등장했었다. 김태규 감독의 ‘긴급조차 19호’는 인기가수를 대거 카메오로 출연시켜 화제였다. 가수 김장훈과 홍경민, 주영훈, 핑클, 강타, 베이비복스, 신화 등 50여명의 연예인이 대거 등장했다.
경쟁하듯 벌어지는 카메오 섭외 쟁탈전은 드라마에서 더 열기가 느껴진다.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거의 2회분 마다 한 명 꼴로 카메오가 등장했었다. 총 58부작에 출연한 카메오만 27명. 주인공 김남주의 남편인 배우 김승우는 옥탑방에 사는 고시생으로 출연해 웃음을 선사했고, 신세경과 성시경, 이수근, 차태현, 김종민, 공형진, 김준현, 유민상, 이혜영 등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었다.
현재 방영중인 KBS 월화드라마 ‘울랄라부부’ 역시 카메오 열전으로 그 인기가 더 뜨겁다. 배우 유진과 남규리, 김수미, 박상면과 개그맨 김병만, 남희석, 가수 김창렬 등이 총출동했다.
비결은 인맥의 힘이다. 연출가와 작가는 물론 배우들까지 카메오 섭외에 열성을 더한다. 하지만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반대로 먼저 카메오 섭외 요청이 오는 경우도 많다. 한 방송 관계자는 “빛나는 작품에 출연함으로써 자신이 부각되는 면이 크기 때문에 일종의 홍보 효과도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이미지를 선보일 수 있는 작은 창구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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