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몇 년간 해보고 싶은 음악을 다 해봤어요. 싱글앨범도 내면서 11집으로 가기 위한 실험도 했었고요. 가수로서 대중과 멀어진 감이 있는데, 충분한 이유가 있었죠.”
요즘 신승훈, 하면 가수로서의 모습보다는 멘토로서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2006년 발매한 10집 이후 유독 텀이 길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10집 이후 잠시 쉼표가 필요했고 변화도 필요했다.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큰 활약을 펼치며 가수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던 그는 “11집은 (활동을)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가수로서의 욕심을 다시 드러냈다. 그러한 신승훈 음악의 변화를 미리 보여주는 전국 투어 콘서트가 27일 경기 고양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신승훈은 27일 오후 경기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04년부터 ‘더 신승훈 쇼’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해왔는데, 또 다른 공연의 시작을 하고 싶었다”라며 “전혀 다른 장르의 여러 가지를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공연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편곡을 통해 앞으로 신승훈이 이렇게 방향을 잡는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특유의 호소력은 그대로지만 여러 장르가 섞인 듯한 느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THE 신승훈 SHOW POP TOUR’. 콘셉트는 ‘일탈’이다. 신승훈은 색다른 편곡으로 변화를 시도한 자신의 히트곡과, 과거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선배들의 노래를 함께 선보인다. 음악 인생에 영향을 준 김현식과 유재하의 트리뷰트 무대를 마련한 것.
신승훈은 “유재하는 내가 노래를 쓰게 만들어주신 분”이라며 “음악을 만들어 본적이 없는 내게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만들어주셨다”고 회상했다. 김현식에 대해서는 “당시 ‘공연의 신’이셨다. 내가 1000회 이상의 공연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김현식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로서 ‘응답하라 1993’의 무대도 연출했다. 그는 “요즘 ‘7080’에서 ‘8090’으로 넘어왔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90년대 추억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것”이라며 “90년대는 객관적으로 봐도 댄스나 발라드 등 가요계의 황금기였다. 많은 이들이 가수에 도전하던 시기였고 전반적인 음악 시장이 훌륭했다”고 상기했다.
선배로서 요즘 가요계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했다. 그는 “들을 음악은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에서 만날 수 있고, 보는 음악은 순위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다. 너무 양분돼 있다”라며 “요즘은 퍼포먼스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짙고, 갈수록 발라드나 락 등 다른 장르가 없어지는 것 같다.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 사이의 어떠한 중간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요즘 후배들은 연습생 시절을 5년씩 겪다보니 잘하긴 정말 잘한다”라면서도 “음악은 ‘산업’이기 때문에 가수보다 (기획사의) 대표들이 중심이다. 그래서 다들 트렌드를 좇으려고 한다. 과거의 ‘동아기획’ 같은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 남들과 다르게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후배 싸이에 대한 응원과 격려도 잊지 않았다. 신승훈은 “‘강남스타일’이 사실 이렇게까지 될지 몰랐다. 자기도 몰랐을 것”이라며 “해외 진출하기 전 통화를 했는데, 싸이의 첫 마디가 ‘형, 이게 무슨 일이에요?’였다. 하지만 싸이는 이러한 열풍을 감당할 수 있는 친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신승훈은 “우리나라 가요가 빌보드 1위에 오르는 것도 보고 싶고, 싸이 덕분에 후배들도 고무돼 있는 것 같다”라며 “선배 입장에서 싸이가 너무 기특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그는 “아무 생각이 없어 큰 일이다. 뭐가 할 것이 남아 있다고 아직 결혼을 안하는 지 모르겠다”라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그냥 놔두시면 만나게 될 것 같다. 그 때 ‘확’ 발표하겠다”고 기약했다.
신승훈은 이날 콘서트에서 다양한 퍼포먼스와 함께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아이 빌리브(I Believe)’ 등의 히트곡은 물론 ‘비처럼 음악처럼’ ‘그대와 영원히’ 등의 노래를 선보이며 김현식과 유재하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3일과 4일에는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팬들을 만나고 11월 24일, 25일에는 울산KBS홀에서, 12월 8일, 9일은 대구 엑스코에서, 12월 23일과 25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또한 12월 28일과 29일에는 부산KBS홀에서 전국 투어의 막을 내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