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92세 김모 할머니는 지난 4월 심하게 숨이 차고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검사를 받던 중 대동맥판막이 완전하게 열리지 않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2년 내에 사망할 확률이 50%에 달하고 돌연사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지만 92세의 고령인 김 할머니가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가슴을 열어 심장수술을 받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김 할머니에게 희소식이 있었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수술이 아닌 스텐트 시술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령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52명이 수술이 아닌 고난도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받고 성공적으로 치료됨에 따라 국내 고령 심장판막질환 환자들도 수술이나 마취의 두려움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박승정 교수팀(심장내과)은 2010년 2월 국내 최초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이 아닌 카테터를 이용한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 이래 단일기관 아시아 최대 치료 건수인 총 52건을 성공시켰다.
시술을 시도한 54명 중 2명을 제외한 52명의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96%의 시술 성공률을 보였고 시술 후 한 달간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78세다.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은 그간 임상시험 단계를 거치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 최근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공식 인정됨에 따라 고령 판막질환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대동맥판막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흉통, 심부전 등이 발생하고 사망에까지 이르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지금까지 가슴을 절개하는 수술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것이 주된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환자들 대부분이 고령이고 다른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외과적 수술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며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었다.
박승정 교수는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안전성과 치료의 효과가 입증돼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혁신적인 치료방법으로 이번 결과를 통해 국내에서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령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중증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이 수술이나 마취의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