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스 러커웨이 지역에서는 치안 불안에 떨던 주민들이 스스로 무장해 강도에 대비하고 있다고 더선 등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샌디에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인 이곳에는 교통마비와 인력 미비 등으로 경찰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총과 야구방망이는 물론 활과 화살 등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모조리 끌어 모은 상태다. 마을 어귀엔 “도둑은 쏘겠다”는 섬뜩한 경고문이 붙었다.
절도 사건도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맨해튼보다는 주택가에서 특히 심각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문 닫힌 식료품점에 억지로 들어가 음식만 집어 들고 나오는 ‘생계형’ 도둑들에 의한 피해도 상당수다.
연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코앞에 닥친 겨울 추위도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4일(현지시간) “기온이 매우 낮아져 이재민들이 병에 걸릴 위험성이 커졌다”며 우려했다. 이날 뉴욕 각지의 주유소는 기름을 구하러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최소한의 대중교통은 운행되고 있지만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한 택시 기사는 “돈을 벌고 싶은데 가스가 없어 운행을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샌디가 덮친 후 수일간 고립돼 있던 스테이튼아일랜드 주민들은 피해 조사차 방문한 공무원을 붙잡고 “너무 춥다”며 지원을 호소했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주민 돈나 솔리씨는 “우리는 얼어 죽어가고 있다. (집에) 90세 노인이 있다. 음식과 옷, 연료가 모두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4일 열릴 예정이었던 뉴욕시티마라톤 행사도 전격 취소된 상태. 1970년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라톤 대회로, 40여년간 단 한 번도 취소된 적이 없다. 9·11테러로 전 세계가 뒤숭숭하던 2001년에도 예정대로 열렸다. 뉴욕시는 1일까지도 대회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사망·실종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비난 여론이 불거지자 취소를 결정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블룸버그 시장은 허리케인 피해를 테러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내고 있다. 9·11 당시와는 달리 맨해튼뿐 아니라 뉴욕시 전역이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점도 취소 사유 중 하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