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인지 광고인지…과도한 PPL ‘눈살’

드라마인지 광고인지…과도한 PPL ‘눈살’

기사승인 2012-11-22 08:00:01

[쿠키 문화]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버뱅크(짐 캐리)는 전 세계에서 생방송 되는 쇼의 주인공이지만 이 같은 사실을 서른이 될 때까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와 결혼해 함께 살고 있는 아내 메릴(로라 리니) 조차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다.

어느 날 메릴은 버뱅크와 이야기를 나누다 생뚱맞게 갑자기 특정 제품을 들고 웃으며 “여보, 당신 피곤해 보여요. 콜레스테롤 없는 유기농 차 한 잔을 마셔 봐요”라며 말한다. 또한 버뱅크의 절친 역시 그에게 특정 맥주만을 권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는 모두 간접광고(PPL)를 연출한 설정이다.

영화 속에서 과장되고 우스개 장면으로 여겨졌던 PPL은 이제 현실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갈수록 황당하고 생뚱맞은 PPL이 TV 화면을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모 도너츠 매장에서 만난 등장 인물들은 “우리 예전에 이런데 참 자주 왔었잖아. 이 집 도너츠 좋아했었는데”라는 대사를 주고 받고, 화면에는 테이블에 수북한 도너츠와 매장 커피잔이 노출되는 식이다.

극중 흐름과 상관없이 특정 식품을 권하거나 장면장면 마다 똑같은 제품이 카메라에 잡힌다. 한 인기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해외의 섬으로 여행으로 떠나고 ‘천국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대사를 읊조리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후 드라마를 촬영했던 섬은 한국 관광객이 대폭 늘어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많은 시청자들은 간접광고로 인해 시청권이 심각히 침해된다고 느끼고 있으며 어떤 이는 간접광고임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간접광고의 상업적 메시지에 의해 의식과 사고가 조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는 과도한 PPL로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해 원성을 샀다. 극중 은기(문채원)의 수호천사인 박변호사(이상엽)가 안변호사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하는 긴박한 장면이 펼쳐진 상황에서 휴대전화의 기능을 친절히 광고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앞서 문채원은 드라마 초기, 제작지원사인 특정 브랜드의 통닭을 병원에서 뜯는 모습을 연출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MBC 드라마 ‘더킹투하츠’는 도넛브랜드의 제품을 드라마에서 맥락에 상관없이 과도하게 노출해 시청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갈수록 PPL이 잦아지고 있다. 매회 시청률 20%를 넘기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PPL을 도입한 ‘개그콘서트’는 인기코너 ‘거지의 품격’과 ‘생활의 발견’ 등에서 방송 내내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노출하는가 하면, 또 다른 코너 ‘아빠와 아들’에서는 특정 브랜드의 과자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통해 특정 상품을 강조한다.


MBC ‘위대한 탄생’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회사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김태원과 김소현의 모습이 지속되다, 갑자기 김연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휴대전화에 모자이크가 처리된다. PPL과 관계없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광고 상품을 접하는 것뿐 아니라, 광고와 상관없는 제품의 간접적인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모자이크 처리로 시청자에게는 또 다른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이다.

지난 2010년 1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상파 방송의 오락과 교양물에 대해 간접광고가 허용된 이후 방송사의 간접광고 수입은 급증하고 있으나 이로 인한 시청자의 불만도 늘고 있다. 간접광고의 허용에 대한 논의는 몇 년 전부터 수차례 있어왔지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때 거의 발전된 상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PPL을 몰래하는 광고, 은밀한 광고 등으로 기만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간주하여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라며 “시청자의 불만을 유발하는 만큼 간접광고에 대한 재논의와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국내 방송 제작 여건에 따라 간접광고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에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에 따른 엄격한 규제와 명확한 기준 제정, 방송사와 제작사간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거래가 불가피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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