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길환영 KBS 신임사장이 “정치적 중립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될 가치”라며 “KBS는 역대 가장 공정한 선거 보도, 방송을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을 확고하게 견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TV공개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사 역사상 최초로 합법적이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내부승진 사장이 취임하게 된 것은 그동안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 KBS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참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공사 40년을 맞는 2013년을 우리 KBS가 세계로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1981년 5월에 공채8기 프로듀서로 KBS에 입사한 길 사장은 32년간 선후배 동료 사원들과 제작현장을 지켜왔다.
길 사장은 무엇보다 앞으로의 과제를 강조했다. 길 사장은 “현재의 우리 KBS를 둘러싼 주변상황을 살펴보면 모든 것이 엄중하기만 하다”라며 “방송구조 재편과 경쟁 심화로 KBS 위상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또한 재원의 불안정으로 회사가 심각한 경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수신료 현실화는 거대한 정치적 장벽에 막혀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 광고매출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KBS내에 보수와 진보로
일컬어지는 이념적 갈등, 보도 및 제작의 공정성 시비, 직종 이기주의 팽배와 선렸캣?직원간의 갈등이 현재의 KBS 내부 모습이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 나가야 한다.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KBS가 침몰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또한 길 사장은 “KBS의 정치적 중립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될 가치”라며 “이제 대통령 선거가 앞으로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KBS는 역대 가장 공정한 선거 보도, 방송을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을 확고하게 견지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길 사장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최고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수신료 현실화 재추진 등을 통해 적극적인 재정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국고지원 요구 등 가능한 방안 추진과 함께, 매각 가능한 자산의 처분, 예산의 토털리뷰와 긴축운영 등 차입금 축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동원해 해결하고, 차입금 문제와 재정 안정화를 담당하는 전사적 TF팀을 시급히 구성해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개편도 있을 전망이다. 길 사장은 “조직과 인력의 운용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디지털 및 콘텐츠 생산 중심형 조직으로 직제를 개편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그동안 소외되었던 능력 있는 직원을 과감하게 발탁해 중용하겠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도 있듯이 적재적소에 적임자 배치 여부가 조직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길 사장은 “노동조합에서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인력충원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에 노사간 직무분석을 실시하여 인력수급에 관한 중장기 플랜을 세워 해소토록 하겠다”라며 “노사관계의 새 출발과 대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거 10여 년간 한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특별대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달 초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는 사장 공모 지원자 11명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한 결과 길환영 KBS 부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길 후보자는 1981년 공채 8기로 KBS에 입사해 파리 주재 PD특파원과 대전방송 총국장 등을 거쳐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 본부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9월 KBS 부사장에 임명됐다.
KBS PD 출신으로는 첫 KBS 사장이다. TBC PD 출신의 홍두표 씨가 사장을 맡은 적이 있지만 대부분 KBS 기자 출신 인사가 사장에 임명돼 왔다.
KBS 사장은 임기 3년이며, 공정성럭貶돔?확보와 내부통합, 수신료 현실화와 디지털 전환 작업 등의 과제를 안게 된다.
한편, 당초 길 사장의 취임식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선을 앞두고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공영방송에 업무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앞당겨 실시하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