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박정아 “나도 미경처럼 평범한 사랑 꿈꿔요”

[쿠키 人터뷰] 박정아 “나도 미경처럼 평범한 사랑 꿈꿔요”

기사승인 2012-12-08 13:33:00

[인터뷰] “평범한 여자로 비춰지길 바라는 건, 연예인으로서의 저나 극중 미경이 같은 부잣집 딸이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늘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였지만, 이제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묵묵하게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모양새다. 어느 덧 시간은 흘러, 과거 쥬얼리로 활동하던 걸그룹 시절의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이따금 만난다.

그럴 때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연기자로의 전향 후 혹독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때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쩌면 출연작마다 그렇게 시청률도 잘나오고 연기도 잘하느냐’는 호평을 들을 때는 표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함도 느낀다. 그래서 박정아는 지나치리만큼 겸손하다.


가끔은 지인에게 “나 잘 걸어가고 있는 거 맞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아직 확신을 갖기보다는 노력을 해야 할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걸까. 지나치게 겸손한 모습이 어쩌면 지금의 배우 박정아를 만들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이 좋아요. 아직도 배우로 가는 과정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가수에서 배우로, 책장을 막 넘기는 찰나겠죠. 화려함보다는 차분하게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 출연 중인 박정아는 요즘 극중 캐릭터에 푹 빠져 있다. 박정아는 극중 우재(이상윤)의 여동생인 강미경 역을 맡았다. 털털하고 덤벙대기까지 한 선머슴 캐릭터로, 부잣집 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으로 고수하는 병원 레지던트다.

‘내 딸 서영이’는 아버지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드라마. 이보영과 박해진, 이상윤, 최윤영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박정아가 연기하는 강미경은 실제의 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서른 살이 넘어서 그런지 나도 어른이 돼야 하는데, 보시는 분들은 어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박정아 왜 저래?’ 하실까봐 늘 고민이 돼요. 배우로 가는 과도기인 만큼 차분히 지나가고 싶은 것이 사실이에요.”

‘모 아니면 도’였던 그의 성격은 때론 극과 극을 오가지만, 기본적인 성격은 차분함에 가깝다. 아직도 사람들이 쳐다보면 얼굴이 빨개질 때가 많다. 선머슴 같은 털털함도, 쿨해 보이는 시원함도, 사실 알고 보면 부끄러움을 숨기고자 하는 허울에 불과한 셈이다.


남들이 자신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좋은 평을 듣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에 대한 걱정으로 한동안 그는 대중과 거리를 뒀다. “인터뷰를 해야 하는지조차 한참을 고민했다”는 그는 “한편으로는 대중의 시선도 궁금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예쁘게 보이기를 바라지만 박정아는 그러한 욕심을 버린 지 오래다. 그는 “예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보시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편하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라며 “사실은 어떻게 해야 예뻐 보이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극중 미경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미경이는 부잣집답지 않은 털털함을 지닌 인물이에요. 그 털털함을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었죠. 겉으로 털털함 외에 좀 여유롭게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미경이는 한 번도 갖지 못한 것이 없었고 아무런 아쉬움이 없던 캐릭터에요. 하지만 사랑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굴리죠.”

극중 남자친구인 상우(박해진)는 자신의 누나가 미경의 올케인 것을 알고 헤어짐을 고한다. 그러나 미경은 어떻게든 상우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애쓰며 안타까움을 그리고 있다.

“미경은 처음부터 자신의 가정환경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상우를 갖고 싶어서 애쓰죠. 처음으로 느낀 사랑이었고, 그만큼 서툴러요. 경솔하기도 하고요. 저라면요? 저는 솔직히 얘기를 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거짓말을 못해요.”

미경이의 삶은 실제 박정아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연예인으로 10년 동안 활동해온 그로서는 “한 번쯤 내가 연예인인줄 모르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기 때문. 실제로 ‘연예인 박정아’가 아닌 ‘인간 박정아’로 봐주는 사람과 연애를 해본 경험도 있다.

“데이트할 때 길거리에서 손 한 번 못 잡은 기억이 아직도 너무 뚜렷하게 남아 있어요. 아직도 미안하죠. 한번쯤은 사랑에 미쳐서 눈에 안보이게 연애를 즐길 법도 한데, 그러질 못했어요. 참 재미없게 살았어요.”

극중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호정 역의 최윤영과는 “서로 번갈아가며 아팠으니까, 번갈아가면서 욕먹자”라며 “상우와 잘 지내다가 호정에게 상황이 기울면 서운해어 어떡하냐”는 농담도 주고받았다.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묻자 “특유의 서정적인 면을 높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세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드라마를 보고 나면 참 아빠 생각이 난다”라며 “자극적인 요소가 많음에도 작가님이 서정적으로 잘 풀어내주신다. 이러한 드라마에 함께 하는 자체가 행운”이라고 말한다.

출연한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어느덧 ‘웃어라 동해야’, ‘당신 뿐이야’에 이어 ‘내 딸 서영이까지’, 작게나마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는 그려졌다. 하지만 아직도 안심하는 단계는 되지 못한다.

“요즘 연기에 푹 빠져 있는 느낌이에요. 순수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아직 더 발전해야하고, 농익은 연기를 위해 고민을 해야겠죠. 연기에 대한 아집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 자리 잡지 않게 늘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죠. 순수하게 캐릭터를 받아들여서 잘 뿜어내는 배우라는 평을 듣고 싶어요.”

주위에서 이따금씩 ‘노래는 이제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쥬얼리로 함께 활동한 서인영이 아직도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는 것과는 달리 연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그룹 활동을 할 때도 물론 즐거웠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활동했을까 싶을 만큼 바쁘고 고되기도 했죠. 예능에서 ‘까불지’ 않으면 편집이 됐기 때문에 늘 오바해야 해서 버거웠어요. 얼마 전 오랜 만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했는데, 어색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 ‘멘붕’이었죠. 그냥 성향 자체가 바뀐 것 같아요.”

노래를 다시 부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연기만 하기에도 바쁘지만, 닫아놓고 싶지는 않다”라며 “바로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늘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내년에는 싱글로나마 앨범을 발매하면 어떨까도 생각 중이다. ‘욕심을 버린 지 오래’라는 박정아. 그의 변화된 노래 또한 기대가 되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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