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문채원 “재벌집 딸과 옴므파탈…‘이거다’ 싶었죠”

[쿠키 人터뷰] 문채원 “재벌집 딸과 옴므파탈…‘이거다’ 싶었죠”

기사승인 2012-12-17 21:15:00

[인터뷰] “수동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드라마에는 늘 재벌집 아들이 등장하잖아요. 그런데 ‘착한 남자’에는 재벌집 딸이었어요. 요즘 드라마와 달리 여자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등장해 ‘이거다’ 싶었죠.”

드라마에는 늘 재벌집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어떠한 계기로 인해 평범한 한 여자와 치명적인 매력에 빠진다. 부잣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는 결국 사랑을 결실을 이루기 위해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며 막을 내린다.

최근 종영한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는 반대였다. 재벌집 남자가 아닌 여자가 등장했다. 바로 문채원이 연기한 서은기다. 개인이 아닌 기업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위험 세력과 맞서 싸우며, 치명적인 사랑까지 지켜내느라 고군분투했다.


인터뷰를 위해 최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문채원은 느릿하고 차분하게 지난 소회를 드러냈다. ‘착한 남자’는 여느 작품보다 고민이었고 힘들었지만, 몇 갑절의 보람으로 되돌아 왔다. 그는 “책임도 컸고 욕심도 컸는데, 많이들 봐주셔서 마치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여유 있는 미소로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채원은 청순가련한 이미지를 벗고 카멜레온 같은 변신을 시도하며 당당하고 주체적인 서은기를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은기는 또래 아이들이 겪는 감정과 상상과 환타지를 차단당한 채 오로지 태산그룹의 후계자라는 코드만 인식한 비밀병기처럼 자라났다. 어느 누구에게도 진심을 보여서는 안됐으며 사랑 또한 해볼 수 없었다. 강마루(송중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는 즐거운 모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는 너무 어려운 캐릭터 아니냐, 어렵지 않겠느냐, 많은 우려가 있었어요. 실제로 적지 않게 고민도 했었고요. 평소 제게는 차갑다거나 감정이 메말라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어쩌면 내 겉 이미지와 닮아 더 끌렸는지도 몰라요. 실제로 나에게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 해보고 싶었죠.”

‘착한 사랑’은 사랑에 전부를 걸었던 한 남자 강마루(송중기)의 처절한 삶과 서은기(문채원), 한재희(박시연) 등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진한 사랑과 복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연출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 20%는 넘지 못했지만, 줄곧 수목극 정상을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고 순수한 사랑과 복수를 위한 사랑 등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극과 극을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연기의 향연은 극의 흡입력과 몰입도를 높이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사람들이 달달하고 솜사탕 같은 알콩달콩한 사랑만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착한 남자’ 같은 짙은 멜로 또한 이렇게 사랑 하실 줄 몰랐어요. 남녀 사이에 애증이 있는 것이 참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 끌려 작품 선택을 했는데, 너무 몰입해서 연기해서인지 ‘나는 절대 그런 사랑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연 많은 남자, 이제는 싫어요.(웃음)”

전작인 드라마 ‘공주의 남자’와 영화 ‘최종병기 활’을 통해 사극의 단아한 이미지가 강했던 문채원은 “사극의 감성을 좋아하지만 말투가 너무 어려워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데, ‘착한 남자’는 그 이상으로 힘들었다”라며 “문어체가 많았고, 돌직구의 말투가 대부분이었다. 대사를 하기 전 두려움을 버려야했다”고 털어놨다.

“서은기는 스물 아홉 살인데 첫 키스도 못해본 인물이었어요. 남들 다해보는 사랑을 꿈꾸고, 결국 마루에게만 약한 모습을 보이게 돼죠. 초반에는 남들을 견제하는 인물이었지만, 중반부에서부터는 사랑에 빠진 새로운 모습을 보였어요. 캐릭터가 변할 때 남몰래 종영하는 느낌이 들 만큼 서운했어요. 어쨌든 희망을 보이며 막을 내리게 돼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송중기는 마루 역을 맡아 옴므파탈 매력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 문채원은 송중기에 대해 “갑자기 바뀐 대사를 몇 번 만에 외워서 깜짝 놀래기도 했다. 괜히 학구파가 아니더라”라며 “나도 그에 맞춰 가느라 두뇌 회전에 좋다는 호두와 아몬드, 땅콩 등의 견과류를 열심히 챙겨 먹었다”고 말했다.

“또래 남자와의 멜로 연기는 처음이었어요. 송중기 씨와는 많은 상의를 통해 좀 더 편한 구도로 재미있게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협조적이었고 배려심이 많은 분이에요. 말도 굉장히 늦게 놨는데, 날카로운 대사를 던지면서 ‘나를 오해하면 어떡하지’ 싶을 만큼 조심스러워하기도 했죠.”

영화 ‘늑대소년’의 흥행으로 송중기의 인기와 ‘착한 남자’에 대한 관심도 급속도로 높아지기도 했다. 문채원은 “드라마와 영화 두 가지를 하느라 힘들었을 법도 한데, 대단한 도전이고 용기인 것 같다”라며 “‘늑대 소년’은 한 편의 감명 깊은 동화책을 읽은 것 같아 인상 깊었다. 영화의 흥행으로 우리 드라마까지 관심이 닿아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지나치리만큼 하얀 송중기의 피부였다. 문채원은 “배우는 물론 스태프 모두 송중기 씨 피부 좋다고 극찬을 하셨다”라며 “여자가 봐도 너무 부러운 피부였다. 조명 감독님께 ‘저 좀 밝게 해주세요’라고 애교를 부려야 했던 점이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가슴 시린 사랑을 선보였지만, 문채원은 평범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 그는 “실제로 하는 연애는 평범하면 좋겠다”라며 “저보고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라고 하는데, 안 웃고 있으면 차가워보여서 그런 것 같다. ‘전 은기도 아니고, 무서운 사람도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다”며 웃었다.



“지금 나는 너무 배고프고, 안하고 싶은 캐릭터가 없을 만큼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망도 드러냈다. “좋은 인연과 운이 있던 것도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내가 딱히 스타가 됐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주위 분들이 ‘예쁘다, 예쁘다’ 해주시는 만큼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욕심만 많고 노력은 많이 필요한,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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