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고추·썩은 양파… 수입농산물 맘 놓고 먹겠나

곰팡이 핀 고추·썩은 양파… 수입농산물 맘 놓고 먹겠나

기사승인 2013-01-09 21:26:01

곰팡이고추와 썩은 양파 등 불량 농산물이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된 것으로 조사됐다. 농산물 수입을 맡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유통공사)는 퇴직 직원과 유착해 검사 결과를 조작하면서 수입을 강행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검사 기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9일 국영무역 주요 농산물 판매·수입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통공사는 지난 2011년 국내 고추 생산량이 급감하자 2010년산 중국 건고추를 구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건고추 일부에서 곰팡이가 발견됐음에도 현지 4개 업체와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유통공사는 불량 건고추 선별비용으로 66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기까지 했으나 검사 과정은 엉망이었다. 선적 전 검사에서 48t만 합격했지만 물량확보를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80t도 추가해 128t을 선적했다. 식약청 식품검사는 곰팡이고추를 걸러내지 못하고 적합 판정을 내렸으나, 유통 전 마지막 단계인 비축기지 입고검사에서 곰팡이고추 비율이 17.8%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유통공사는 이 비율을 7.9%로 조작한 뒤 국내업체에 판매했다.

국내 판매 과정에서도 유통공사는 횡포를 부렸다. 2011년 9월 곰팡이고추를 정상품인 것처럼 판매한 유통공사는 일부 구매업체의 항의에도 교환·반품을 거절했다. 미리 품질불량을 고지한 뒤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판매하기도 했다. 부패·변질된 양파를 전량 반품 받은 뒤 1개월 뒤 다시 재판매하기까지 했다. 건고추 6600t과 양파 1950t이 이런 방식으로 수입되거나 시중에 유통됐다.


중간 매개상인 퇴직 직원과 결탁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유통공사는 퇴직 직원 A씨가 위장사업자 8명과 공동 입찰하고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해당 입찰을 무효 처리하지 않고 2009년부터 3년간 총 107건, 827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또 A씨가 내야 할 계약불이행 추징금 등 1억여 원을 부당하게 면제해줬고, 82차례에 걸쳐 A씨의 선적 검사 무단 입회를 묵인했다. 유통공사 직원 3명은 검사를 마친 뒤 A씨로부터 식사와 마사지 등 197만원 상당의 향응도 수수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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