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다문화가정의 소년 영광(지대한)이와 함께 뮤지컬 오디션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음악감독 유일한 역을 맡아 까칠하면서도 허세 넘치는 남자에서 자아의 진정성을 회복해 가는 내면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래원을 만났다.
찬바람이 불고 거리엔 흰눈이 쌓여 있던 지난 7일 서울 종로 뒷골목의 비탈길을 오를 때만 해도 김래원이 연기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열정적 고민을 알지 못했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열심히 하는 배우,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귀여움부터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 줄 것만 같은 ‘눈사람’의 무게감, 영화 ‘해바라기’에서 발산한 분노의 폭발과 ‘인사동 스캔들’에서 보여준 스타일리쉬 캐릭터까지 무엇을 맡겨도 제몫을 톡톡히 해 내는 배우라는 정도의 인상이 전부였다.
첫 번째 질문은 ‘김래원이라는 배우를 감독이 캐스팅하는 이유, 어쩌면 관객이 좋아하는 까닭일 수도 있는 배우 김래원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였다. 먼저 한 명의 관객 입장에서 김래원을 보는 생각을 밝혔다. ‘건실한 진정성’.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 철저히 돈을 좇는 속물로 보이는 이강준을 그에게 맡긴 것,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모든 일과 관계에 있어 자신의 입장을 중심에 두는 이기적 남자 박지형에 그를 캐스팅한 것도 실은 복수를 위해 위장한 것일 뿐 내면에는 누구보다 선한 성실성을 지닌 이강준이기에, 치매에 걸린 이서연(수애)을 삶의 중심에 두고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펼쳐갈 박지형이기에 건실한 태도와 진심이 비쳐나는 배우 김래원이 필요했다. 급격한 캐릭터 변화를 물 흐르듯 표현해 낼 연기력이 있고, 선한 인간미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믿겨질 수 있는 건실한 진정성을 지닌 배우라는 게 캐스팅과 호감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배우로서의 제 메리트가 무엇인지요.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아직은. 다만 연출하신 김성훈 감독께서 내내 함께 촬영할 때도 아니고, 바로 어제 관객 여러분 앞에 서는 무대인사에서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제가 김래원을 캐스팅한 이유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 캐릭터의 반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입니다’라고요. 어제 감독님 말씀 듣고도 밤새 생각이 많았는데, 기자님께 비슷한 얘기를 다시 듣네요. 정말 그것인가 생각해 봐야겠어요.”
“다만 저도 고민해 온 부분은 있죠, 감히 배우로서의 정체성까지는 아니고요. 군에 있는 동안 출연작들을 다시 보고 지난 제 연기를 되돌아보았는데, 창피하더라고요. 아, 내 연기에 굉장히 힘이 들어가 있었구나, 나를 돋보이게 하는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구나 싶어서요. ‘천일의 약속’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힘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를 하려 노력했어요. 또 제가 아니라 작품이 빛나고, 상대배우와 함께 빛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며 연기했고요.”
실제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속 유일한의 모습은 편안해 보인다. 작품 전체의 흐름과 톤을 생각하며 연기한 배우 김래원의 성숙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연기 파트너가 아역배우다 보니, 촬영현장에서 해야 하는 ‘주연의 역할’을 어른으로서 도맡고도 스크린 위에서는 상대배우를 존중, 영광이의 신선한 빛을 북돋워 함께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지만 김래원은 “제 눈에는 아직도 몇몇 장면에서 힘이 들어간 게 보여요. 더 철저히 준비하고 집중해서 연기해야겠구나, 반성했어요”라며 겸손을 보였다.
완전히 힘을 뺀 연기를 갈구하는 그에게, 반전 캐릭터를 잘 소화해 온 김래원에게 전혀 다른 캐릭터, 일테면 캐릭터 변화 없이 ‘끝까지 악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단 한 순간도, 한 치의 이해와 연민, 동정을 구할 수 없는 악인 말이다.
“너무 하고 싶어요. 다만 제가 내공을 좀 더 쌓아서, 단 한 장면에서도 힘이 들어간 어색한 연기를 하지 않을 그때가 되면요. 그땐, 악인 정도가 아니라 사이코패스를 하고 싶어요. 관객 입장에서 어떨 것 같으세요? 김래원이 보여주는 사이코패스, 궁금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물론 궁금하다. 그 착실해 보이는 얼굴로, 어느 배우도 흉내 낼 수 없는 사람 좋은 웃음,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배우 김래원이 사이코패스라니, 짜릿하다.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하는 다작 형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차기작을 좀 서둘러 보고 싶어요. 군에서의 연기 고민을 토대로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나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좀 달라진 연기를 하고 싶었고, 또 그러려고 노력했는데 연말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해도 제 성에 차질 않네요. 부족한 부분을 더 채워 관객 여러분 보시기에도, 제 눈에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좀 빨리요(웃음).”
이제 개봉 2주차를 맞은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주인공 김래원, 그의 차기작이 벌써 궁금하다. 깊이 있는 고민들이 차곡차곡 그의 연기에 보기 좋은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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