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도전한 연제협, 감쌌던 양현석, 치고 빠진 iMBC

‘무한도전’에 도전한 연제협, 감쌌던 양현석, 치고 빠진 iMBC

기사승인 2013-01-22 17:24:01


[쿠키 연예] MBC ‘무한도전’의 ‘어떤 가요’ 프로젝트는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무한도전’ 특유의 성격과 궤를 같이 한다. 무늬만 가수에 가까운 멤버 박명수를 소재로 했지만 단순한 희화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작곡가로 변모하고 쇼케이스를 여는 과정을 통해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여기에 임진모, 김태훈, 돈 스파이크, 지드래곤 등 실제 가요계 인사들의 평가까지 더해 재미와 감동, 다큐멘터리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제 식구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연제협

그런데 방송 후 논란이 일어났다. 시청률과 그에 따른 광고로 생존하는 상업적인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실제 상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무한도전’을 가지고 대놓고 장사를 하려는 MBC 자회사 iMBC의 과욕 때문이었다. iMBC는 ‘어떤 가요’ 방송이 끝나자마자 6곡의 음원들을 발 빠르게 음원사이트에 공개했다. 물론 결과는 대박이었다. 정형돈이 부른 ‘강북 멋쟁이’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멤버들이 부른 6곡의 음원들이 일주일간 올린 총 다운로드 수치는 129만8484건에 달했다. 이달 초 새 앨범을 발표한 그룹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24만)’와 가수 백지영의 ‘싫다(24만)’가 같은 기간 올린 다운로드 수치의 5배다. 그야말로 차트를 초토화시킨 수준이다.

당초 가요계 일부의 볼멘소리 수준으로 여겨졌던 ‘무한도전’ 음원 논란은 15일 음반·공연 제작진들이 주축으로 이뤄진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가 “방송사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선 후보 경제민주화 공약에나 나올 법한 용어들로 직격탄을 날리면서 일파만파로 번졌다.

가요계를 위시한 연제협의 논리는 얼핏 보면 타당해 보인다. 국민 MC 유재석과 2012 MBC 방송연예대상에 빛나는 박명수가 출연하고 있는 국내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타깃으로 한 패기도 좋았다. 하지만 논리가 없는 것이 문제다. 매주 ‘무한도전’이 끝난 직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1분 30초 동안 자사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틀기 위해 가요계의 불꽃 튀는 읍소가 펼쳐지는 것은 차치하기로 하자.

‘무한도전’은 ‘어떤 가요’ 이전에도 ‘강변북로 가요제’, ‘올림픽대로 가요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등을 통해 음원들을 발표했고 ‘어떤 가요’ 못지않게 차트를 점령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연제협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무한도전’이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 기성 가수들과 수익을 적절하게 분배했기 때문이었다. ‘일밤-나는 가수다’가 매주 가수들을 통해 리메이크 싱글을 발표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의 차용이었다.

연제협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논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제협은 ‘무한도전’을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에 비유하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연예계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설득력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는 로엔 엔터테인먼트다. 로엔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굴지의 음원 차트인 멜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멜론은 대기업 SK의 자회사인 SKT의 작품으로 매년 멜론 뮤직 어워드라는 시상식을 열고 있다. 지상파 연말 가요 시상식이 문제가 많다고 폐지를 권고한 연제협은 정작 ‘SKT 시상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수십 개의 극장과 케이블 채널, 연예 기획사를 끼고 있으면서 문어발식 경영의 진수를 보여주는 CJ 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니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의 전형이다.

연제협 못지않게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인터뷰도 촌극, 그 자체였다. 한 매체는 17일 “새벽에 어렵게 전화 통화에 성공했다”며 노래 선택은 대중의 몫이라며 연제협에 반박하는 양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문제는 양 대표가 ‘무도어천가’를 부를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부분이다. YG는 ‘무한도전’에게 대표적으로 수혜를 받은 대형 연예기획사다. 지드래곤은 ‘무한상사’에 출연했고, 싸이는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유재석과 노홍철을 동원했다. 애초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터뷰 덕분에 ‘무한도전’과 연제협의 대결 구도만 고착화 되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어떤 가요’ 때문에 제대로 유탄을 맞은 소녀시대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과 대비만 됐다.

‘무한도전’ 뒤로 숨은 교활한 iMBC

연제협이 빈약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에게 태클을 가한 이유는 그만큼 가요계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는 더 이상 챙길 밥그릇도 없다는 자조 섞인 비관이 매일 같이 쏟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엠피쓰리(MP3)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바람에 시장은 앨범에서 싱글, 싱글에서 음원으로 판세가 역전됐다. 그마저도 아이돌이 아니면 파리만 날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iMBC는 ‘무한도전’, ‘일밤-나는 가수다’를 발판으로 당당히 음원 유통사로 이름을 올려 선전을 넘어 그야말로 급성장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5월 월간 ‘콘텐츠 시장동향’을 통해 발표한 ‘콘텐츠산업에 대한 이슈 및 전망과 시장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디지털 종합순위 기획사별 점유율’에서 iMBC는 YG 엔터테인먼트(13.2%)에 이어 10.9%로 2위에 랭크됐다. iMBC가 가요계의 공룡이 된 셈이다.

문제는 iMBC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영업 방식이다. ‘어떤 가요’의 경우에도 멀쩡하게 유료로 팔아 놓고 논란이 일자, 교묘하게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 뒤로 숨고 있다. iMBC는 김태호 PD가 22일 “처음에는 무료로 음원을 공개하려 했다”며 “수익금 기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힐 때까지 수익에 대한 어떤 고민도, 해답도 내놓지 못했다. 예능 인기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 불을 보듯 뻔했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무책임한 iMBC 덕분에 ‘무한도전’은 연제협 논리에 쫓겨 등 떠밀려 기부하는 꼴이 된 것은 둘째 치고, 장기 음악 프로젝트를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무한도전’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음원 판매에 여념이 없는 ‘일밤-나는 가수다’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과 연제협의 팽팽한 기싸움과는 달리 차트는 냉정한 모습이다. 한 가요 차트 관계자는 “‘어떤 가요’ 음원들이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지만 모든 신곡들이 그렇듯이 컨벤션 효과(특정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누리고 서서히 차트에서 하락하는 모양새”라며 “그동안 ‘무한도전’ 음원들이 모두 그랬다. 고점을 찍고 2주 정도가 지나면 내려왔다. 연제협이 오버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어떤 가요’ 음원들은 금주 들어 모든 음원 차트에서 일제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또다른 가요계 관계자도 “대중가요는 대중이 판단한다. 대중은 ‘무한도전’이 아무리 재미있고 박명수의 작곡이 센스가 뛰어났다고 하더라도 일반 가요 수준과는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예능을 예능으로 보면 될 일인데 (iMBC가) 수익에 골몰하고 연제협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논란이 일어난 것 같다. 시장에 맡겨두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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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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