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이정재 “최민식 선배님 말씀…잊혀지지 않을 장면”

[쿠키人터뷰] 이정재 “최민식 선배님 말씀…잊혀지지 않을 장면”

기사승인 2013-02-19 09:58:01


[인터뷰] 영화 ‘신세계’는 강렬하다. 배우 최민식과 황정민은 강한 포스를 내뿜는 배우들이다. 그런 작품 속에서, 그런 연기자들 통해 세상에 나온 캐릭터들 사이에서 배우 이정재가 빚어 낸 ‘조직폭력배 넘버3가 된 경찰’ 이자성은 오롯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난 1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에게 영화 얘기에 앞서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을 물었다.

“우리 관객 분들이 스토리를 중시하시기도 하고, 제 생각에도 시나리오 상 내러티브와 스토리의 매끄러움은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가야 무엇이 돼도 되잖아요. 그리고 저의 재능과 노력으로 덧붙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를 봅니다. 너무 완벽해서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시나리오는 배우에게 도전 의식을 주지 않거든요.”

같은 기준으로 봐서 ‘신세계’나 이자성에게서 매력을 느낀 것이냐고 묻자 “같은 부분도 있고 이번엔 좀 다르기도 했다”며 말을 이어간다.

“불안, 불안했어요. 작품도 좋고 함께하게 될 배우들(최민식, 황정민)도 너무 좋은데 이자성이 고뇌에 휩싸인 캐릭터다 보니 다양한 연기를 하기는 힘들겠다 싶었거든요. 하루라도 빨리 폭력조직을 벗어나 경찰로 돌아가고 싶은 한 사내, 오랜 시간 속에 자신이 경찰인지 조폭인지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워진 한 인간의 고뇌가 영화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 표현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그러면서 주연이잖아요. 주연이라는 게 ‘주연 주연인 영화’ 그러니까 사건도 그에게서 시작되고 이야기도 그가 이끌어가고 해결도 그가 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모든 얘기에 들어있기는 하되 사건을 일으키거나 반전의 주역으로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은 하지 않으면서 영화의 중심에 서 있는 주연도 있어요. 이자성은 후자의 경우이니 내심 걱정이 컸지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절박감과 그럴 수 없게 꼬여 가는 난감함을 관객 분들께 잘 전달하면서도, 가만있어도 위압감을 형성하는 김 과장(최민식)과 뜨거운 혈기를 방출하는 정청(황정민) 사이에서 묻히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중한 접근이 느껴지는 말 속에 이정재는 ‘선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시사회 등에서 말씀드렸듯 최민식 선배님께서 전화를 주셨잖아요. 이미 선택의 문제는 아니었지요.”

좀 더 상세한 상황을 되물었다. “전화를 받았는데 ‘나 최민식인데…, 영화 하나 같이 했으면 좋겠다’, 그 특유의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전화 상인데도 무게감이 전해지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얼마 뒤 ‘신세계’ 출연 배우들, 스태프 해서 술자리가 있었어요. 제가 ‘도둑들’ 관련으로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조금 늦게 갔을 뿐인데(웃음) 기분들이 좋으신지 이미 좀 취해 계시더라고요. 최민식 선배께서 저를 불러 옆자리에 앉히셨고, 곁에 가 앉았는데 ‘정재야, 네가 잘할 것 같았다. 너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해 봐’라고 말씀하셨어요. 좋아하는 선배가 그런 말을 해 주시니 ‘뿌듯’하더라고요. 그 장면이, 그 자리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후배를 알아보는 선배, 그런 선배의 말씀을 소중히 받아 안고 누가 되지 않도록 매진하는 후배,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정재도 마음에 담아 둔 후배가 있을까.

“최승현 군의 장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마스크가 참 독특해요, 성격도요. 스윗(sweet)하면서도 ‘똘끼’가 있어요. 그런 충돌되는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 배우로서 장점이죠. 지금은 가수 활동에 주력하고 있지만 연기 경험을 더 많이 쌓으면 꽤 매력 있는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신세계’ 속에서 이정재는 정중동의 연기를 선보인다. 감정 표현이나 대사가 한없이 절제돼 있으면서도 들끓는 이자성의 속마음은 공중증발의 ‘배달 사고’ 없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의 마음에 와 닿는다. 데뷔 20년, 영화 서른 두 편의 주연을 맡아 오면서도 질리지 않는 신선함을 주는 비결이 혹시 ‘소리 나게 요동치지 않으면서도 제몫을 해 내는 배우인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케 하는 이정재의 ‘신세계’는 오는 21일 만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인기 기사]

▶ 고영욱 “성추행? 태권도 배웠다기에 다리 눌러본 것”

▶MC몽 근황 “활동 어려울 정도로 대인기피증 앓아”

▶엄마들 다 속았다… 100% 산양유 알고보

▶ 유유 프로필 사진 공개…매끈 각선미 뽐내

▶ 류현진 공 처음 받은 다저스 포수 “오, 놀라워라”

▶ ‘K팝스타’ 악동뮤지션, 엇갈린 심사평…호평과 혹평 사이

▶ 뭐? 92%가 못 푼다고? ‘7+7÷7+7×7-7’ 알쏭달쏭

▶ ‘살인 진드기’ 국내도 존재?…감시 강화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홍종선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