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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14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선출 후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는 콘클라베에 참가한 추기경단 114명이 모인 가운데 무엇보다도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설파했다. “우리가 어디든 갈 수 있고 지을 수 있지만 예수를 찬양하지 않는다면 인심 좋은 비정부기구(NGO)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게 교황의 일성이었다.

“은혜의 날들이 지나간 뒤에도 신의 존재 안에서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찾고 그리스도의 피와 더불어 교회를 짓길 원한다. 이것만이 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프란치스코는 말했다.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짓고, 십자가 없이 회개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라 일상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이어 “우리 모두는 우리 주의 제자”라고 엄숙하게 말했다. 교황은 원고를 보지 않고 쉽고 짧은 이탈리아어를 사용해 강론했다.

바티칸 현지에서는 교황의 소탈한 면모가 연일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첫날엔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타난 새 교황이 붉은 망토를 걸치지 않아 화제가 됐다. 전통을 중요시한 베네딕토 16세가 벨벳과 담비 가죽으로 제작된 망토를 자주 착용했던 모습과 대비됐기 때문이다. 이후 바티칸이 미리 준비한 리무진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모습을 선보였다.

놀라움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프란치스코는 콘클라베 기간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바티칸에서 운영하는 호텔에서 묵었는데, 교황이 된 직후 이곳에 들러 자신의 짐을 직접 챙기고 손수 체크아웃을 한 뒤 숙박비를 계산한 것이다.

다음엔 성 마리아 성당을 방문했다. 자신의 방문이 부담될 것을 우려한 프란치스코는 도착 10분 전에야 성당에 방문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위엄 있는 교황에게 익숙해진 세계인들은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프란치스코는 늘 하던 대로 하는 것뿐인 모양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추기경 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첫사랑의 실패가 소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를 교황이 되는 길로 이끌었다는 보도도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60년 전 열두 살 난 프란치스코가 ‘아말리아’라는 소녀에게 “결혼하지 못하면 성직자가 되겠다”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으나, 이 ‘풋사랑’은 소녀 부모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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