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강산 관광, 신변 보장땐 재개” 통일부, 3대 조건 대폭 완화

[단독] “금강산 관광, 신변 보장땐 재개” 통일부, 3대 조건 대폭 완화

기사승인 2013-03-20 03:13:00

[쿠키 정치]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금강산 관광 재개 3대 조건’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핵심 관계자는 19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 당국이 우리 관광객들의 신변을 확실한 형태로 보장만 해준다면 가능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7월 관광 도중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광객 신변보장,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3대 조건에 대한 보장각서 없이는 관광 재개를 위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 임기 중에 고수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진상조사는 이미 시일이 많이 지나 사실상 힘들게 됐고, 재발방지 대책도 별도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객 신변보장 조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면서 “신변보장 문제도 남북이 먼저 대화를 통해 협의한 뒤 합의문 형태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방침은 전 정부의 ‘선(先) 3대 조건 보장, 후(後) 대화 원칙’을 ‘선 대화, 후 신변 보장’으로 변경된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이런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의 ‘5·24 조치’(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발표된 정부의 대응 조치) 완화 방침과 함께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청와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인도적·비정치적 남북교류는 5·24 조치와 상관없이 추진키로 했었다(국민일보 14일자 1·3면 단독 보도).

정부는 현재 조성된 안보 위기를 수습한 다음 사안별로 대화 창구를 열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 [금강산 관광 재개조건 완화 왜] ‘신뢰 프로세스’ 첫 단추 끼우기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 조건을 대폭 완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북핵 위협으로 불거진 안보 위기를 수습한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인도적·비정치적 차원의 교류를 통해 대북 강경책인 5·24 조치를 완화하려 하고 있다. 북한과의 접촉 제한과 교역 중단 등을 골자로 한 5·24 조치를 완화해 당국 간 대화창구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대한 사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최종 목표는 5·24 조치 전면 해제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다.

따라서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 조건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북한에 “우리는 화해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복안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통일부 핵심 관계자가 19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반드시 남북 간 대화 창구를 열어 관광객의 신변 보장을 합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강산관광 재개 조건 완화는 관광 중단으로 인한 엄청난 경제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금강산·개성 관광 중단과 북한의 자산동결 조치로 피해규모가 무려 2조284억원에 달했다. 피해가 집중된 강원도의 경우 4월 피해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건을 완화해도 금강산관광이 곧바로 재개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반발하는 북한이 연일 전쟁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당장 대화의 문을 열긴 힘들기 때문이다.

또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과 관련해서도 남북 당국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관광객들 신변 안전을 철저히 담보한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신변 안전에 대한 합의문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북한이 지난해 6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으로 비과세 구역이었던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세금규정을 만든 것도 걸림돌이다. 결국 금강산 관광은 북핵 위협이 진정되고 남북 간 대화창구가 열린 후에 재개가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김상기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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