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천암함 폭침 사건으로 숨진 고(故) 박정훈 병장의 아버지 박대석(53)씨는 3년째 매주 토요일이면 대전 국립현충원에 간다. 지난 20일 만난 박씨는 “세월이 지나니 3월 26일 사고 난 날짜도, 음력 2월 10일인 아이들의 기일(올해는 3월 21일)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고 말했다.
마음의 병뿐만이 아니다. 박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앓기도 한다. 박씨는 “그래도 현충원에 가서 한바탕 울고 나면 개운해진다”면서 “1년 365일 정훈이 생각이 너무 많이 나는데 떠나간 아들은 ‘자신을 잊고 열심히 잘 지내라’는 의미인지 아빠 엄마 꿈에 한 번 안 나온다”며 눈물을 훔쳤다.
고(故)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5)씨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가족들 간에 대화가 없어졌다”며 “지금은 각자 일상생활로는 돌아왔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렵다. 숨어 사는 느낌이다”라고 털어놨다. 나씨는 또 “천안함 사건의 정확한 내용이 알려져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천안함 피격사건을 제대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존병사들의 아픔도 여전하다. 천안함 폭침 사건 후 2010년 7월 제대해 한신대 특수체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용현(24)씨는 요즘에도 사건 상황이 불쑥 떠올라 괴롭힌다. 사건이 발생한 3월이 되면 우울해지는 트라우마도 겪고 있다. 미간에 생긴 흉터를 누가 물어볼 때마다 김씨는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판정을 받고도 유공자 대우를 받지 못하는 장병도 있다. 지난 2010년 5월 1일 천안함 생존 장병 중 가장 먼저 전역한 전준영(26)씨는 전역 후 PTSD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1년 보훈청에 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심사에서 떨어졌다. 상이등급 판정 기준상 유공자로 분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씨는 “국가유공자가 된 천안함 생존 장병은 외상이 있는 세 명뿐”이라며 “정신적 상처를 받은 다른 전역자들은 모두 유공자 신청에서 떨어졌는데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지난 2일 동기인 고 이용상 하사의 생일을 맞아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그는 “동기들의 얼굴과 목소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영화 장면처럼 스치는데…, 이제는 추억의 장면만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대전=신상목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