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억만장자들, 한달 경조사비 얼마 쓰나 보니

한국 억만장자들, 한달 경조사비 얼마 쓰나 보니

기사승인 2013-03-26 19:19:01

[쿠키 경제] 부자는 선망의 대상이다. 질시와 비난을 하면서도 모두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부자를 따라하려 한다.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책은 서점에 넘쳐난다. 부자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어느 정도 재산을 갖고 있고, 삶의 행태가 어떻게 다를까.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6일 발표한 ‘2013년 한국 부 보고서’는 그 비밀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자의 자산관리 형태와 경제습관을 분석한 이 보고서는 부자의 기준을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억만장자)으로 규정했다.

‘억만장자’는 우리나라에 15만60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2006년 8만8000여명이었던 억만장자는 2009년에 10만명을 돌파하며 11만4000여명에 이르렀다. 이후 매년 1만명가량 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약 461조원으로 추정된다. 억만장자는 전체 인구의 0.3%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개인금융자산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부자에게 마르지 않는 ‘샘’은 자산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돈이 더 많은 돈을 불리는 것이다. 억만장자 중 39%는 재산소득이 소득 기반이라고 답했다.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을 꼽은 이들은 각각 29%, 26%에 그쳤다. 반면 소득 상위 20% 계층의 재산소득 비중은 5.2%에 불과했다.

부자들은 자산의 45%를 부동산에, 나머지는 금융상품에 배분하고 있다. 2008년까지는 부동산 비중이 높았지만 2009년 49%, 2010년 48% 등 최근 들어 발을 빼는 모습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더 이상 부동산으로 수익을 얻기 힘들다고 보는 셈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가장 큰 자산운용 원칙은 ‘안정’이다. 억만장자 중 41.7%는 예금에 가장 많은 금융자산을 투자했다. 이어 펀드(24.5%), 보험 및 연금(19.8%), 주식(13.8%) 등이었다.

다만 금융자산이 100억원을 넘는 ‘슈퍼리치(Super Rich)’는 일반 부자와 다른 투자성향을 보인다. 슈퍼리치는 예금 비중을 30% 정도로 유지하고 주식에 26%, 펀드 20.9%를 투자하고 있다. 손해가 나도 복구할 수 있을 만큼 자산이 충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역시 씀씀이가 화끈하다. 매월 평균 3911만원을 벌어 831만원을 썼다. 특히 70대 부자(월평균 지출액 1036만원)가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40대(1065만원) 못지않은 큰손으로 나타났다. 70대는 50대(985만원)와 60대(968만원)를 압도했다. 경조사비는 한달 평균 72만원을 지출했다.

부자일수록 미래에 대한 준비도 더 철저했다. 부자들은 각종 연금과 사회보험에 거액을 넣고 있다. 연금과 사회보험에 월 183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이어 식료품 및 음료 지출에 152만원, 의류 및 잡화에 125만원을 썼다. 이에 반해 우리 국민의 평균적 모습은 식료품 및 음료(35만원)가 지출 항목 1위다. 외식비(31만원) 다음에야 연금 및 사회보험(22만원)이 등장한다.

일반인이 부자의 결혼식을 보며 한숨을 쉬는 것도 괜한 일은 아니었다. 부자의 경우 아들은 약 4억2400만원을 들여서 장가를 보냈다. 딸 시집 비용으로는 약 4억1600만원을 썼다. 우리 국민이 결혼할 때 드는 평균 비용(2011년 기준·한국재무설게연구소 조사)이 아들 1억5500만원, 딸 5000만원인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특히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억만장자 중 70% 정도는 ‘나는 부자가 아니다’고 답했고, 부자가 되려면 최소 100억원(중간값 기준·평균 114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융자산 100억원을 부자의 척도로 보는 비중도 2011년 48%에서 지난해 55%로 늘어났다.

이번 보고서는 하나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 7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07년부터 매년 ‘코리안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한국 부 보고서)’를 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김상기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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