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MBC 김재철 사장, 양승은 아나 '만화' 만들고 퇴장?

[전정희의 스몰토크] MBC 김재철 사장, 양승은 아나 '만화' 만들고 퇴장?

기사승인 2013-03-27 11:38:01

[쿠키 문화] 1인 활극이 끝난 듯 하다.

26일 방송문화진흥회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MBC 김재철(60) 사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사회는 지난 두어해 간 한 방송사 사장의 1인 저글링에 홀려 국민 전체가 주목했다. 공영방송 사장 자리가 주는 영향력은 시청자 개개인의 생활 리듬과 사고에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저글링 실력이 있든 없던 지켜봐야 했다. MBC는 독과점 방송사에 속했고, 시청자는 채널 선택권의 자유가 한정되어 있어서였다.

김재철 사장은 외부 인사 사장도 아닌 1980년 입사한 정통 MBC맨이다. 더구나 저널리스트로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불의한 사안에 맞서는 소명으로 한 평생을 살았다고 자부할 것이다. 그래서 MBC 조직 내부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혁신을 하고자 했다. 그 조직의 문제는 시청자가 좀처럼 알 수 없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고유권한이므로 공영방송이라 하더라도 위임되는 것이 맞다. 즉 그 해결은 전적으로 리더의 권한이다.

다만 국민은 그 리더가 조직을 잘 이끌어 건강한 가치를 우리 사회에 보여주느냐 여부만 판단한다. 한데 그 결과는 활극에 가까웠다.

해임안이 통과되자마자 극단의 논객(?) 변희재씨가 MBC사장 공모에 응모하겠다고 나선 것이 그 후유증이다. 우리 사회의 사상적 가치, 문화적 풍요의 매트릭스는 한 순간에 전문성을 잃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전시물이 된 듯 하다. 먼저 본 놈이 임자다.

김재철 사장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양승은(30) 아나운서라고 본다. 양 아나운서는 파업 불참을 선언하며 ‘신의 계시’ 발언으로 화제가 됐고, 복귀 후 아나운서들의 꿈인 메인뉴스 앵커가 됐다. 그리고 지난 18일 전격 방출되어 지금은 MBC TV ‘생방송 오늘아침’을 진행한다. 애들 말로 ‘굴욕’이다.

양 아나운서는 수천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언론사 재원이다. 선배들로부터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법을 익히고, MBC 아나운서실 전통을 이어받아 성장해야 하는 초년 언론인이다. 김재철 사장과 같은 선배들로부터 ‘뉴스 스킬’을 익힘과 동시에 아나운서가 갖는 대중성에 부합하는 자세를 갖춰야 했다. 한데 그는 ‘신의 계시’ 한마디에 ‘만화’가 되어 버렸다. 원하지 않는 활극의 한 배역을 맡아 버린 것이다. 김재철 사장처럼 언론사가 ‘신념을 펼치는 장’이라고 착각한 듯 하다.

요즘 영화 ‘연애의 온도’의 한 대사가 화제다. 은행을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인데 은행 고유의 업무보다 치정에 얽힌 ‘막장’ 같은 연애사가 속출하는 내용이다. 이를 목격한 새내기 행원이 “은행이 이런 곳인줄 몰랐어요. 저 잘 들어온 것 같아요”하는 대사.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는데 MBC가 그런 꼴이다.

곧 새로운 MBC 사장을 뽑는다고 한다. 뿌리는 보수를 지향하되 가지는 진보의 상상력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사장이 선임되기를 바란다. ‘활극’은 프로그램으로 충분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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