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코트의 마법사’로 불렸던 강동희(47) 전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던 도박군(38)씨는 강 전 감독의 구속에 한동안 ‘멘탈 붕괴’를 경험했다. 농구계 전설로 불리던 강 전 감독이 불법 스포츠도박 승부조작에 연루될 줄은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씨는 처음 ‘K감독’이라는 뉴스가 나왔을 때 적어도 강 전 감독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도씨는 선수 때도 감독 때도 고액 연봉을 받은 그가 불법 스포츠도박에 손을 댈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 개그맨 김용만(46)씨도 1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도박을 하다 덜미를 잡혔다.
스포츠도박은 대체 어느정도이길래 강 전 감독과 김씨가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할까. 참다못한 도씨는 직접 해보기로 결단을 내렸다.
불법 스포츠도박인 ‘사설토토’를 찾는 건 순식간이다. 인터넷 검색 창에 ‘사설토토’라고 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주소가 주르륵 내려왔다. 아무 곳이나 골라 클릭만하면 된다. 사설토토에 입문하는 시간은 10초면 충분했다.
사설토토 사이트는 시작부터 ‘불법’의 냄새가 물씬 났다. 새까만 화면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신호만 하얗게 떠 있을 뿐이었다. 사설토토의 문 앞까지 왔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만만치 않았다. 추천인을 입력하라더니 나중에는 계좌번호에 실명까지 요구했다.
본 게임은 한결 쉬웠다. 돈만 있으면 됐다. 다만 충전은 복잡하다. 입금액과 입금자명을 써 ‘입금신청’을 해야 했다. 입금 계좌번호를 문의하니 문자메시지로 계좌번호가 날아왔다. 10만원에 이르는 배팅액은 15분쯤 후 들어왔다.
배팅은 두세 번의 클릭으로 끝난다. 게임의 승·무·패를 예측하는 ‘승무패’와 승리가 예상되는 팀에 일정 핸디캡을 부여해 배당률을 비슷하게 맞춘 ‘핸디캡’ 그리고 축구 전반전, 농구 1쿼터, 농구 첫 자유투 성공 등 세부 내용을 잘게 쪼개 맞추는 ‘스페셜’ 등 세 종류가 전부다.
도씨는 그 중에서 제일 쉬워 보이는 ‘승무패’를 택했다. 지난 25일에 승무패를 선택할 수 있는 경기는 32경기, 그 중 국내 경기는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전자랜드-삼성 경기, 여자 프로배구 포스트시즌 결승(IBK기업은행-GS칼텍스 경기) 뿐이었다. 해외경기는 미국 프로야구 시범경기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핀란드에서 벌어지는 축구경기까지 망라됐다.
일단 국내에서 벌어지는 두 경기에만 배팅했다. 배당률은 전자랜드 1.25대 삼성 2.45, 기업은행 1.40대 GS칼텍스 2.30. 전자랜드와 기업은행이 이길 거 같아 두 곳의 승리에 10만원을 걸었다. 도씨는 의아했다. 이정도 금액이나 배당 수준은 합법적 방식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문은 ‘게시판’에서 풀렸다. 게시판에 배팅 결과를 올리는 사람들은 전부 30만원~100만원의 거액 배팅을 하고 있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등에는 1인당 최대 10만원까지만 돈을 걸 수 있는 것과 차이가 났다.
도씨는 사설토토 게시판을 유심히 둘러보다 한 번 더 경악했다. 사설토토를 자주 이용하다보면 ‘은밀한 공간’으로 초대받을 수 있다는 글 때문이다. ‘은밀한 공간’에는 아예 배팅액 제한이 없다. 1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걸 수 있다.
도씨가 게시판 글을 읽는 동안 배팅을 했던 경기가 모두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전자랜드와 기업은행이 무난하게 승리했다. 순식간에 17만5000원을 벌었다. 돈 벌기가 참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뒤인 27일, 도씨는 다시 전자랜드와 기업은행을 믿기로 했다. 전자랜드와 기업은행의 상대도 그대로였다. 배당률만 살짝 바뀌었다. 이날 배당률은 전자랜드 1.30대 삼성 2.40, 기업은행 1.55대 GS칼텍스 2.15.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스페셜 배팅에도 도전했다. 스페셜 배팅은 전자랜드의 첫 자유투 성공(배당률 1.65)에 걸었다. 총 배당률은 3.32배. 17만5000원을 걸면 58만1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농구는 무난했다. 전자랜드가 첫 자유투를 성공하며 기분 좋게 시작해 결국 승리했다. 반면 믿었던 기업은행에 발등을 찍혔다. 기업은행은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GS칼텍스에 지고 말았다. 게임에 돈을 걸면 모든 경기를 맞춰야만 돈을 딸 수 있다. 한 경기라도 틀린 배팅을 하면 건 돈이 모두 날아간다. 한때 70% 이상 수익을 봤지만 결국 4시간 만에 10만원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도씨는 “만약 도박에 완전히 빠져 1000만원을 걸었다면 큰 일 날 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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