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배우 전인화式 퇴폐(?)에 열광하는 이들

[전정희의 스몰토크] 배우 전인화式 퇴폐(?)에 열광하는 이들

기사승인 2013-04-07 13:06:01

[쿠키 칼럼]전인화(48)는 퇴폐적(?)이다. 그러므로 전인화에 빠진다.

6일 방영된 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전인화의 ‘반전 매력’이 돋보였다. 카페 ‘오페라’ 마담 양춘희 역을 맡은 전인화는 기존 현모양처형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타락’했다가 이날 현부(賢婦)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년 남성 시청자 혼을 빼놓을 만큼 말이다. 중년 남성이 열광하는 ‘애교’가 어떤 것인지를 춘희 캐릭터를 통해 잘 보여줬다.

사실 중년 여성 연기자의 애교 연기는 스텝을 조금만 놓쳐도 ‘꽈당’ 넘어져 버리기 쉽다. 따라서 잘못했다간 망신살 뻗치기 때문에 40대 이상 연기자들은 ‘애교’ 연기에 주저한다.


‘백년의 유산’에서 효동(정보석 분)과 늦은 나이에 재혼해 3대 국수집 ‘옛날국수’ 맏딸로 입성한 춘희는 배운 것 없고 무식하다. 반면 솔직하고 순박하다. 효동은 아내와 사별한 국수집 맏사위였다.

제작진이 차분한 이미지의 전인화를 카페 마담으로 투입한 것은 부담이 될만했다. ‘연기 변신’이란 연기자가 그 가능성이 충분한 ‘바탕’이 갖춰 있어야 하는데 전인화의 마스크나 발성으로는 예측 불허였던 것. ‘색(色)’은 개발되기보다 타고난 끼의 유전자가 있어야 돼서다.

한데 전인화는 연기 경력 28년 동안 춘희와 같은 파격에 놓인 적이 없었다. 기품 하나로 자체 발광이 되는 몇 안 되는 ‘기품 연기자’로 살았다.

그런데 그는 처음 주어진 ‘퇴폐’를 맛깔스럽게 소화했다. 만화방창(萬化方暢)같은 나이가 주는 매력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40대 중반 여성 연기자의 여성성과 그 여성성을 탈피하려는 묵은 세월의 매력이 춘희와 딱 맞아 떨어졌다. 전인화의 세월의 꽃이 발복했다.

이는 신혼시절의 얌전한 아내가 적당히 나이 들어 남편에게 종주먹으로 을러대는 애교, 그 애교는 반드시 퇴폐성을 지녀야 하는데 전인화의 연기가 그러하다.

또 하나. 중년 이상 시청자에게 전인화는 로망이다. 저렇게 ‘예쁜 아내와 산다면…’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판타지와 같은 마스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배역은 도도해서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한데 동네 카페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니…그리고 여급에서 현명한 아내로 ‘급변신’해 집안의 기틀을 다잡는 아내가 되다니….

6일 그녀와 효동과의 결혼식 내용은 전인화식 ‘아름다운 퇴폐’의 끝을 알리는 하이라이트였다. 평생 시집살이로 주눅 들어 살아온 새어머니(정혜선 분)에게 드레스를 입혀 같이 결혼식을 치룬 효녀였기 때문이다. 남성 시청자들, 즉 ‘아들’들의 부채 의식을 대신한 아내의 예기치 못한 감동 행동이었던 셈이다.

만화방창의 연기력을 보인 전인화식 퇴폐.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 노래를 듣는 것만큼이나 묘하게 그 퇴폐 속으로 빨려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