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셀트리온은 지난 26일 영국 의약품 허가기관(MHRA)으로부터 각종 유행성, 계절성 인플루엔자에 모두 효과를 보이는 종합인플루엔자 항체치료제인 CT-P27의 임상 1상 시험 진행을 승인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5월부터 영국에서 CT-P27의 독성 및 안전용량을 확인하는 임상을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종합인플루엔자 항체치료제 CT-P27은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 침입할 때 쓰이는 표면단백질인 혈구응집소(hemagglutinin)에 결합, 무력화시켜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 침투, 분화하는 것을 막아준다. 시험관 실험과 동물실험에서 CT-P27은 지난 수십 년간 발생한 유행성 및 계절성 바이러스, 인간에게 전염된 적이 있는 조류매개 인플루엔자 대부분(H1, H2, H3, H5, H7 및 H9)에 대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항체치료제는 타미플루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물과 작용기전이 달라 이 약물들에 대해 저항성이 있는 인플루엔자에도 효능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미 북미 및 서유럽에서 채취한 H1N1인플루엔자의 50%가 타미플루에 저항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 병원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이 약의 개발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했고,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TEPIK: 단장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CT-P27 개발을 2011년부터 치료제분야 연구과제로 선정 지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과 2012년 8월 사전심사회의 (Pre-IND Meeting)를 실시했으며, 5월부터 진행하게 될 1상 임상 또한 FDA와 품목허가를 전제로 논의한 내용을 근거로 디자인됐다.
또한 미국 CDC와의 공동 연구과정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7N2에 효과를 보여 최근 중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같은 계열의 조류인플루엔자(AI)인 H7N9에 대해서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셀트리온은 긴급히 중국의 관련연구기관과 H7N9에 대한 효능확인에 들어가는 한편, 중국에서의 임상 진행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셀트리온은 미국 보건복지부와 대유행 인플루엔자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지원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재난대비프로그램(BARDA 주관)을 통해 타미플루와 동일한 작용기전을 갖는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페라미비르와 이나비르 개발에 약 2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미국 및 여러 국가의 필수 보유 의약품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크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도 인플루엔자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CT-P27의 치료가능 바이러스가 가장 광범위하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 변이가 심해 매년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백신을 개발, 공급하는 데는 6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이는 항체치료제가 개발되면 백신이 개발되기 전 6개월간 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고,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환자 대상의 최종 유효성 임상이 2014년 1분기로 계획돼 있어 빠르면 2015년 상반기에 제품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유행(판데믹) 등 비상상황이 도래할 경우 정부기관들의 요청에 따라 더 이른 시기에 승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CT-P27은 셀트리온이 개발해 임상단계에 진입한 첫 항체신약이다. 따라서 개발에 성공해 제품화 될 경우 잠재 시장규모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우리나라에서 타미플루와 리렌자가 기록한 매출은 총 1800억원에 달하며, 로슈는 같은 해 타미플루 판매로 전세계적으로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의 일종인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와 조류인플루엔자(AI)는 전 세계에 각각 500억 달러(53조원), 300억 달러(32조원)의 경제 피해를 줬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면 국내총생산 (GDP)이 최대 7.8% 감소한다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