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축은행 3곳 인수
동남아 ‘무역’ 53% 점령
[쿠키 경제] 동남아시아에 ‘엔의 공습’ 경보가 내렸다. 일본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는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0%대 금리의 싼 엔화를 뿌리며 동남아시아에 대한 본격적인 금융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 무역금융 시장은 일본계 자금이 이미 절반을 차지했다. 금융권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침략하며 내세운 정치 슬로건을 빗대 ‘금융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이 엄습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 업계도 일본계 자금이 대거 상륙하며 접수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 금융회사는 저금리와 경기침체, 엔저 쇼크에 포위당한 모양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시아 무역금융 시장에서 일본계 은행 점유율은 53%까지 급등했다. 과거 연평균 6%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2011년 13%로 확대됐었다. 무역금융은 무역거래자금 및 시설투자자금 지원, 기업 현지 진출에 수반되는 대출·보증, 외환·파생거래 등을 맡는 고부가가치 금융서비스다.
일본계 은행이 동남아시아 무역금융으로 지난해 222억 달러(약 25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거둔 총 이익은 9조원에 그쳤다.
일본계 자금이 대대적으로 해외 영토를 넓히는 이면에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가 자리잡고 있다.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리자 일본 금융회사들이 엔화를 ‘총알’ 삼아 해외시장 장악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일본계 자금의 공습에 넋을 놓고 있다. 지난해 대비 수익이 20% 이상 급감했지만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 뒤늦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자국 금융시장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에 막혔다.
여기에다 일본계 자금은 대부업에 이어 저축은행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국내 금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내 1위 저축은행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일본계 자금인 SBI홀딩스에 인수됐다. 일본계 자금의 국내 저축은행 인수로는 세 번째였다. 지난해에 일본의 카드·대부업체인 제이트러스트는 영업 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친애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열었다. 2010년에는 오릭스그룹이 푸른2저축은행을 매입해 오릭스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팀장은 “동남아 공략에 나선 일본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도 틈새를 노리고 들어오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회사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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