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토크쇼 '안녕하세요'…MC 이영자가 갑(甲)이다

[전정희의 스몰토크]토크쇼 '안녕하세요'…MC 이영자가 갑(甲)이다

기사승인 2013-05-07 12:06:01

[쿠키 칼럼] ‘대한민국 토크쇼 안녕하세요’(KBS2 TV)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6일 방송된 ‘평범하게만 살아다오’편 얘기다. MC들은 프로그램을 마치며 “‘안녕하세요’는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라고 하는데 ‘평범하게 살아다오’편과 같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내용이라면 ‘국민’은 그 응원에 더 힘을 받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는 연예인 출연시켜, 그 연예인의 삶이 세상살이의 보편적 가치인 것처럼 보여주는 하 많은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난다. 같은 채널의 ‘생생정보통’에서 조차 연예인의 잡다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연예 천하’ 세상에 말이다.

‘안녕하세요’는 애면글면 살아가는 이웃의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다. 자칫 tvN의 ‘화성인’과 같이 ‘별난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로 흐를 수도 있으나 제작진이 그 경계를 잘 아울러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안겨준다. 신동엽 이영자 컬투 등 공동MC의 캐릭터도 동네 형이나 누나를 대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고민을 털어놓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이날 ‘평범하게만 살아다오’에서 열여덟 살 딸의 고민을 가지고 나온 엄마 김찬희씨의 사연은 유쾌하면서도 안타까웠다. 가정의 달이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녀의 딸 미경이는 남자로 살고 싶은 여고생이다. 176cm의 키, 발이 275mm로 평균 이상이다. 몸무게 또한 한 눈에 봐도 제법 나가 보인다. 미경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남장을 했다.

사춘기 때 가슴에 붕대를 감을 정도로 남자이고 싶어 했다. “무식해 보이고 싶어(남자처럼 보이고 싶어) 삭발도 해봤다”는 꽃다운 나이의 딸. 엄마에게 그 딸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남동생과 밖에 나서며 “형이라고 해”라고 말하는 누나.

엄마 찬희씨는 이 딸이 “제 멋에 사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이었던 것.

한데 딸아이는 말한다. 엄마가 아빠의 주취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약한 여자여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자처럼 행동하게 됐다”고 말이다. “이틀에 한 번씩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그랬다”고 미경이 말했다. 이후 엄마는 혼자가 됐다.

딸은 사춘기를 겪고 성장하면서 “엄마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남장에 더 매달리게 됐고, 이제는 사고까지 남성화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미경은 홀로 된 엄마의 퇴근길을 보호하기 위해 마중 나가고, 남동생이 나쁜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면 대신 싸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딸이 ‘제 멋에’ 남장을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엄마 강하게 살게. 평범하게만 살아줘”라고 간절히 말한다. 그 엄마 얘기를 듣는 딸은 팔뚝으로 눈물을 훔친다. 남자처럼 팔뚝으로 말이다.

이런 상황에 앞서 ‘강한 언니 MC’ 이영자가 미경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는 한 마디를 한다. “너희 엄마 강해”라고 말이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에서 MC로서 진정한 갑(甲)이다.

다행이 새정부가 의지를 다지는 4대 사회악 척결 사항 중 하나가 ‘가정폭력’이라고 한다. 5월 가정의 달이라고 다 행복한 건 아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써, 오락 채널 2TV의 정체성을 놓고 ‘안녕하세요’와 같은 세대를 아우르는 서민친화성 프로그램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그저 연예인 신변잡기 전하기에만 매달려 고민과 노력 없이 만드는 ‘미디어 갑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한다. ‘공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말이다.

아픈 사람들이 눈물 닦고 웃게 만드는 ‘안녕하세요’와 같은 프로그램을 더 많이 기대해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