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쿠키人터뷰]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3-05-24 07:46:01

이상윤 스쿨푸드 대표 “한식 세계화 첨병 자임… 우리만의 철학 있는 음식 만들 것”

[쿠키 생활] “물론 회사의 성장도 의미가 있지요. 하지만 전 음식에 철학을 담고 싶어요. 똑같은 밥을 먹더라도 뭔가 의미가 있는…. 우리네들이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바로 제품에 담긴 철학 아닌가요.”

이상윤 스쿨푸드 대표는 음식에도 철학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밥만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맛으로 행복을 전달하는 장소가 음식점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오얏꽃·청사초롱… 철학이 담긴 음식 만들 것”= 이 대표의 이같은 생각은 현재 스쿨푸드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해외 진출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이 대표는 스쿨푸드의 해외 진출에 맞춰 회사 로고에 ‘오얏꽃’ 문양을 추가했다. 오얏꽃은 대한제국 황실을 대표하는 문장(紋章)으로 덕수궁 석조전 용마루, 순종황제 어가, 대한제국 군대계급장에 사용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오얏꽃을 앞세운 것이다.

“미국에 갔을 때 세계적인 중식 체인점인 피에프챙(P.F. Chang's)에 간 적이 있어요. 들어가는 입구에 말 두 마리가 서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전세계 모든 식당에 그걸 설치해 뒀고, 어느 순간 중국 식당의 상징이 돼 있었어요. 일본 초밥집은 두말 할 필요도 없고요. 반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점은 아직도 그냥 식당이에요. 요즘 와서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을 뿐이죠.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게 K-POP이나 남산타워, 기왓장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이 대표는 이외에도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 주로 사용되던 ‘청사초롱’을 놓고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청사초롱의 이미지를 손님맞이와 연결해볼 심산이다.

“청사초롱은 길을 밝혀준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그걸 멋스럽게,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청사초롱 모양의 돌을 만들어 거기다 초를 집어넣어 우리만의 상징성을 만들어볼까 구상중입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음식에도 우리나라만의 색깔, 즉 철학을 입혀 나갈 생각이다. 대표적인 예(例)가 최근 스쿨푸드가 새롭게 선보인 ‘어간장 육감쫄면’. 어간장 육감쫄면은 문순천 명인의 제주 어간장을 주재료로 사용, 기존의 고추장으로 만든 매콤달콤한 쫄면과는 다른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제주 어간장은 전통 옹기에 자연 재료를 넣어 맑고 따스한 제주의 햇살 속에서 3년간 두 번의 숙성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즉 모든 공정이 명인의 손길을 거쳐 제조되는 만큼 전통의 맥을 잇고자 하는 장인 정신까지 깃들어져 있다.

“해외 매장을 만들 때 각 메뉴에 우리나라 명인이나 명장들의 작품을 반영해 우리나라만의 것으로 프리미엄화 시킬 생각입니다. 각각의 작품을 제품화해 성공시키는 것은 물론이고요. 우리나라의 장인 정신도 함께 세계화 시키자는 게 스쿨푸드의 (해외 진출) 목표입니다.”

◇“스쿨푸드 통한 한식 세계화 초점”= 이 대표가 분식 사업을 시작한 건 2002년이다. 1986년부터 ‘나미와 붐붐’의 백댄서 등 소위 이태원 멤버(비보이)로 활동하다 1996년 4인조 혼성그룹 ‘C-4’(씨퍼)를 조직, 정규앨범까지 내며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핵을 심하게 앓으면서 음악 활동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후 친형과 함께 여기저기 수소문해 1000만원을 만들어 지하 단칸방에서 먹고 자면서 ‘노다지 김밥’이라는 이름으로 미용하는 아가씨들을 중심으로 음식을 배달한 것이 스쿨푸드의 시작이다. 이어 2005년 ‘짱아치 김밥과 학교냉면’, ‘스쿨버스’를 거쳐 지금의 ‘스쿨푸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가진 게 음식밖에 없었어요. 홍보차원에서 미용하는 아가씨들한테 음식을 돌렸어요. 다행히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매스컴의 관심을 받게 됐죠. 이후 2006년 블루밍 마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프리미엄 분식을 표방하는 스쿨푸드는 현재 국내 74개 매장과 일본, 미국 LA, 인도네시아 등 3곳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어 6월 홍콩, 9월 태국에 해외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쿨푸드의 국내 매장 수를 최대 120곳에서 150곳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스쿨푸드는 국내 매장 확대보다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 운영 중인 컬렉션 키친 ‘카페 리맨즈’와 한국산 이태리 음식점 ‘에이프릴 마켓’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더 발전하고 변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가 돼야 한다는 명제보다 왜 돼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해외에 진출한다면 무엇을 전달해줄 것인가가 중요하죠. 앞으로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 되고 싶습니다.”

청소년기 방황하던 자신을 돌아보며 앞으로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도 하고 싶다는 이상윤 대표.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줄 얘기가 많다는 이 대표는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갈음했다. 퓨전 분식의 선구자에서 한식 세계화 첨병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상윤 대표의 다음 종착지는 청소년들의 인생 멘토를 향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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