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6개 원자로에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제어케이블은 원전사고 발생시 원자로의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 신호를 보내는 안전등급 설비다. 사용된 케이블 분량은 원자로당 약 5㎞다.
박근혜 대통령은 “확실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하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투명하게 밝힐 뿐 아니라 거기에 맞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안전 제어 부품이 불량품
원안위는 “문제 부품이 해외 시험기관의 검증 시험에 실패했는데도 검사를 담당한 국내 시험기관의 직원이 이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불량 제어케이블은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3·4호기 원자로에 설치됐다. 원안위는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가동을 정지하고 제어케이블을 교체토록 지시했다. 계획예방정비중인 신고리 1호기는 정비 기간을 연장하도록 했다. 현재 운영허가 심사단계인 신월성 2호기는 허가 전까지 제어케이블을 교체토록 조치했다. 건설 단계인 신고리 3·4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와 안전성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은철 원안위원장은 “케이블 교체와 안전성 점검 등 조치에 약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서류 위조에 책임이 있는 기관과 관련자를 검찰에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전력 대란 오나
정부는 원전 가동 정지로 올 여름 유례없는 전력난을 예상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수급 비상이 닥칠 수 있다. 8월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할 전망이다. 8월 둘째 주에는 전력이 200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순환정전 실시와 관련 “업계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환정전은 2011년 9월 15일 실시된 바 있다. 구체적 전력수급 대책은 오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확정, 발표된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국민께 송구하다”며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이번 여름은 3개 원전이 중단된 상태에서 전력을 수급하게 돼 유례없는 전력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력수급대책은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산업체의 휴가를 조정해 부분 휴업과 일부 조업 중단, 에너지 과소비 단속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원전 가동이 중단된 2기의 생산량은 200만㎾다. 전날까지 전국 원전 23기 중 신고리 1호기를 비롯해 고리 1·2호기, 한빛(옛 영광) 3호기, 월성 1·2호기, 한울(옛 울진) 4·5호기 등 8기가 정지 중이었다. 여기에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까지 추가돼 멈춰선 원전은 10기로 늘어난다. 다음달 8일에는 또 70만㎾급 월성 3호기가 정비를 위해 가동이 중단된다. 여름철을 앞두고 원전 전체 설비용량 271만6㎾ 중 841만6000㎾가 사라지는 셈이다.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8월초가 고비”라고 말했다.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철저히 조사해서 한점 의혹 없이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문제가 된 부품이 “고도의 기술적인 품목”이라며 “전문기관에서 검토해야하는 품목인데, 외부의 제보에 의해 이 문제가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태원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