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8일 브리핑을 갖고 “원전의 부품 교체기간 3개 원전이 가동 중단돼 유례없는 전력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6월부터 공급 차질로 인해 수급 비상상황이 발령될 가능성이 높고 8월이 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동정지 원전 목록에 설비 용량 100만㎾급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가 추가됨에 따라 원전 전체 설비용량이 2071만6㎾ 가운데 771만6000㎾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초 신고리 2호기는 이달 말부터, 신월성 1호기는 다음 달 12일부터 예방정비가 계획돼 있었다. 이들 원전의 정지가 수일에서 2주 가량 앞당겨져 이 기간은 예상보다 적은 공급능력으로 버텨야 한다. 또 70만㎾급 월성 3호기의 정비가 다음 달 8일부터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심각한 전력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의 경우 공급능력이 7708만㎾, 최대수요는 7727만㎾를 각각 기록해 예비전력 부족량은 19만㎾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 여름은 공급능력이 약 7700만㎾인데 반해 최대수요는 7900만㎾로 전력 부족분이 200만㎾에 이를 전망이다. 당초 산업부는 올 여름 공급능력이 80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불량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원전들이 갑작스럽게 가동 중단되면서 공급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사실상 여름에는 원전의 정상 재가동이 힘들다는 점이다.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불량부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대해 신속히 케이블 교체작업을 실시해도 4개월 남짓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산업부는 심각한 수준의 전력대란이 예상됨에 따라 이날부터 9월말까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전력수급대책을 마련해 오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확정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마땅한 대체전력 확보 방안이 없어 결국 이전 전력대란 당시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과 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절전을 독려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건설 중인 발전기들의 준공 일정도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며, 산업체를 중심으로 휴가분산과 조업조정 등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에너지 과소비 단속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력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경우 순환정전이라는 극단적인 비상대책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