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00% 실화! 초등생 납치” 카톡으로 날아든 문자, 취재해 보니…

[친절한 쿡기자] “100% 실화! 초등생 납치” 카톡으로 날아든 문자, 취재해 보니…

기사승인 2013-06-12 22:14:01


[친절한 쿡기자] 11일 저녁 편집회의가 시작됐는데 카톡이 울렸습니다. 슬쩍 엿보니 대학 女동기가 동기생들에게 “넘 중요한 일이라 아셔야 될 일”이라면서 “꼭 펌하셔서 알려 달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아래와 같은 충격적인 내용을 보내왔습니다.

‘100% 실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애가 고속도로휴게소에서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 20분이 지나도 함흥차사여서 가족들이 찾아 나섰는데 건장한 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는 것을 발견. 가족들이 그 남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겨 조사해 보니 장기밀매조직의 일원이었고 이들이 주사한 약에 취한 아이는 충격으로 성인남자만 보면 소리 지르고 운다’는 것이 핵심요지인 것 같습니다. 한 친구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내왔습니다.

저 역시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기자의 직업의식이 발동했죠.

잘 취재하면 ‘좋은 먹이감(특종)’이 되겠다고 생각이 미친 저는 야근하는 후배기자에게 카톡으로 전달하고 취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목동에 있는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전부 뒤져서라도 학교와 학생을 찾아내라고 했습니다. ㅎㅎ

회의를 마치고 나오니 후배기자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오래전 부터 인터넷에 나돈 ‘도시괴담’인데 최근 또다시 나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확인한 결과 이 글은 지난 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4일 만에 1만7000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십년도 넘은 흔한 소설”, “100% 도시괴담”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글 안에 도시괴담을 알 수 있는 대목들도 있다고 하네요.

예를 들면 ‘목동’은 양치기 소년, 즉 구라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또 학교에 공지가 뜨고 범인까지 잡았는데 뉴스에 나오지 않은 점, 애를 납치하기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거의 최악의 조건이란 점, 화장실에 사람이 없는 시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점, 범인이 납치한 후 곧바로 현장을 떠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한 점 등을 들어 ‘괴담’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래도 교육청에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실제 목동 지역 초등학교 학생이 납치 피해를 당했다는 사건도 없었고, 관할 초등학교에서 공지를 띄웠다는 보고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저는 경솔함에 좀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런 글을 보고 요리조리 따지기에 앞서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늦둥이를 둔 아빠로서 반드시 파헤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혹 인터넷 서핑하거나 카톡으로 이런 내용을 접하면 개념없는 한 네티즌이 장난 친 괴담에 불과하니 놀라실 필요없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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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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