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마피아 40년 전 부터 정책 독점

원전 마피아 40년 전 부터 정책 독점

기사승인 2013-06-17 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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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이른바 ‘원전 마피아’가 원전 산업 도입 초기인 40여년 전부터 원전 정책을 독점해왔다는 지적이 원로 원자력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1980~1990년대 원자력학회장, 원자력연구소장 등을 지낸 한필순(80) 박사는 최근 ‘한국 원전 비리 근원과 근절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당국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보고서에서 “최근 원전 부품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1980년대부터 원전기술 자립을 방해하고 외국 의존을 주장했던 원전 산업 마피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 마피아가 지난 23년간 냉각재펌프(RCP)와 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 원전 장비를 외국 원전업체에서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아 국고에서 수천억원을 낭비했다”며 “한전·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등에 폐쇄적 조직을 구축한 이들이 퇴직 후에도 유관업체 임원 등으로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 원자력업계에 깊은 인맥을 형성한 이들이 원전 비리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한 박사는 2004년 중국 원전 입찰 과정에서 이들이 외국 업체의 비호를 받아 우리 기업의 수주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원전 마피아에는 전직 장관급, 공기업 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 박사는 “한수원·한전기술 사장을 경질하는 것만으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신규 원전 사업과 수출에 민간기업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한국형 경수로 개발책임자로 일한 이병령 전 원자력연구소 원전사업본부장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2011년 저서에서 “외국 원전업체의 하수인 15명이 원전 산업 마피아”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원전 마피아를 원전 발전과 진흥 이끌어오면서 집단 이익을 챙긴 학계, 관료, 산업계의 카르텔로 보는 시각이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문제는 원전 마피아다’ 세미나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원전 마피아는 원전 정책을 진흥 중심으로 이끈 기술자 그룹과 이를 옹호한 테크노크라트 그룹, 원전을 지은 대형건설사 등을 통칭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정책이 진흥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전개되면서 학계는 교수와 졸업생을 위한 각종 자리를 늘렸고, 대형건설사는 수주를 통한 이익을 남겼다. 관료집단도 승진과 재취업 등의 기회를 가졌다.

이에따라 외국 기술 도입을 주장한 세력을 원전 마피아로 보는 한 박사의 주장은 원전 마피아 내부의 갈등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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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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