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일본 100대 명산 모두 오른 일본 산(山) 전문가 우제붕씨
[쿠키 생활] 산악인도 아니면서 한국도 아닌 일본의 100대 명산을 10년에 걸쳐 모두 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일본 산(山) 전문가 우제붕(48·호도레포츠)씨다. 원래 산을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우연한 기회에 후지산을 오르면서 긴 여정이 시작됐다.
“2004년 6월 30일 후지산으로 시작해 2013년 6월 29일 니가타현 나에바산을 마지막으로 100개를 모두 채웠으니 꼭 10년이 걸렸네요.”
일본 100대 명산은 일본의 등산가이자 문필가인 후카다 규야가 1964년에 출간한 ‘일본백명산’이란 수필집에서 비롯됐다. 후카다는 일본의 많은 산을 다녀본 경험을 바탕으로 산의 품격과 역사, 개성을 겸비한 1500m 이상의 산 100개를 선정한 후 그 산을 주제로 백편의 수필을 썼다. 그 후 일본에선 등산 애호가라면 100개 산을 모두 오르는 것을 꿈으로 삼을 정도다.
하지만 우제붕씨는 처음에 그럴 생각도, 계획도 없었다. 여행사에 근무했던 터라 후지산 이후 어찌어찌 계속 산으로 인연이 닿았고 하나둘씩 오른 것이 15개쯤 되자 비로소 100대 명산을 모두 올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서 2008년부터는 1년에 10~15개씩 올랐다. 50개를 오른 후 우제붕씨는 멀쩡한 직장까지 박차고 나왔다.
“물론 한국에서 일본으로 산행 다니기가 쉽진 않았어요. 싼 비행기표를 구하면 그 근처 산을 오르는 식으로 했었죠. 하지만 금전적인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여행사다보니 주말에 쉬기가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50개를 오른 후부터 고민이 됐죠. 우연히 식당에서 관상 보는 역술인을 만났는데 회사를 관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잘 된다는 거예요. 그 길로 사표를 냈죠. 물론 역술인의 말은 결심을 실행케 하는 작은 계기였죠.”
일본 전문 여행사인 호도레포츠로 옮긴 그는 일본 산행 가이드로 활동하며 3년 만에 나머지 50개를 모두 올랐다. 그렇다고 그가 등정만을 목적으로 짧은 코스만 선택한 피크 헌터는 아니다. 산행 자체를 좋아해 정석 코스를 밟거나 10시간이 넘는 종주 코스 위주로 다녔기에 100개 산을 다 제대로 올랐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가 이토록 일본산에 빠져든 이유는 뭘까?
“일본산은 지역적으로 환경이 많이 다르고 고도에 따라 다양한 식물 분포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인공적인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래도 참 잘 보존해 놓았어요. 그 아름다움에 빠졌던 거지요.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남알프스 기타다케입니다. 거기만 10번은 넘게 간 것 같네요.”
그는 100대 명산을 오르는 동안 사고 한 번 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사실에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무리하게 산행을 강행했던 적도 없거니와 등산지도를 다운받은 GPS를 항상 휴대해 악천후를 만나도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노하우를 살려 지도와 자세한 정보가 담긴 일본 100명산 가이드북을 펴낼 계획이다.
“일본에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의 산행 가이드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저도 75세까지 한국 등산 애호가들에게 일본산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가이드로 활동하는 게 목표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