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정치권에 ‘거침없이 하이킥!’…홍준표와 홍익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귀태 정치인?

[친절한 쿡기자] 정치권에 ‘거침없이 하이킥!’…홍준표와 홍익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귀태 정치인?

기사승인 2013-07-12 22:02:01


[친절한 쿡기자] 금주의 정치인을 꼽자면 단연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일 것입니다. 같은 성(姓)씨에 ‘표’자 돌림부터가 범상치 않은 두 사람이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렸습니다. 특히 이들이 대한민국 정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직접 건드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정희 친일 행각 정면으로 건드려…부모 욕하는 걸 참을 자식 없어

다 아시다시피, 홍 대변인은 듣보잡 ‘귀태(鬼胎)’란 조어를 들고 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칭했고 그의 딸인 박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했습니다. 홍 대변인은 지난해 가을에 번역·출판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서 두 사람의 정치 여정 모두 일본이 만주에 세웠던 만주국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들을 귀태라고 묘사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의 주석에 따르면 귀태는 일본 역사소설을 완성시킨 소설가란 평을 듣는 시바 료타로 (1923~1996)가 만들어낸 일본식 조어라고 합니다. 그는 러일전쟁에서부터 2차대전 패전에 이르는 40년을 ‘근대 일본이 낳은 귀태’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홍의원의 귀태 발언이 그 연원과는 상관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20세기 한국 현대사에서 태어나서는 안 될 인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그 후손이 박 대통령이라는 해석이 최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발언론 공개 및 문재인 의원의 불공정 대선 발언과 맞물려 나온 것입니다.


홍 의원 발언의 진의야 어떻든 이를 전해들은 박 대통령이 얼마나 격노했을지는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12일 오전 일찍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발끈한 걸로 충분합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직까지도 친일행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홍 의원이 정체성을 따지면서 이를 정면으로 건드렸으니 박대통령이 폭발했을 감정의 깊이는 헤아릴만합니다.

‘박근혜 저격수’ 홍익표 “틀린 말 안했어…사과할 이유 없다”

이 수석의 회견에 이어 어제만 해도 대수롭지 않던 새누리당이 오늘 국회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홍 대변인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는데도 불구하고 홍 대변인은 더 단호하게 나옵니다. 그는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 충분히 했고 더 사과할 생각이 없다”며 “사실관계에 대해서 틀린 걸 얘기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거듭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책의 원문을 그대로 읽어보면 귀태라는 것은 특정 사람이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만주국의 국가관리시스템 나쁜 요소를 총칭하는 개념이고 그걸 상징하다 보니 한국에선 그걸 도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고 일본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라는 걸 저자가 의인화해서 쓴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특정인으로 비춰져서 유감이라고 얘기는 했지만 틀린 말 한 것이 아니고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초선인 홍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저격수’ 반열에 오를만한 일입니다. 그런 그가 밤늦게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백 기자와의 통화 내용이 네이버 등에 주요기사로 실리면서 파장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홍 대변인이 사퇴한 배경은 알 길이 없습니다. 향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홍 대변인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바로 꼬리 내리는 저격수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직 초선이죠.

홍준표, DJ저격수서 당대표까지…친박 공격하지만 박근혜 직접 타킷은 피해, 내공의 산물?

홍 대변인보다 한참 선배인 홍 지사도 초선의원 시절 저명한(?) ‘DJ(김대중 전 대통령) 저격수’였습니다. 검사 시절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지켜봤지만 홍 지사는 대단히 입심이 좋고 거침이 없습니다. 평검사 시절 기자들과 사석에서 어울릴 땐 ‘하늘’ 같은 검사장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그가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에서 경력을 쌓고 나중에 정치인으로 변신해서는 면책특권을 십분 활용한 ‘저격수’가 되었습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안기부 출신 선배 정형근 전 의원과 쌍두마차를 이루면서 DJ저격수로 유명세를 탔죠.

그랬던 그가 한때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당 대표 역임하는 노련한 정치인으로 성숙했지만 아직도 야당은 물론 여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할말은 하고 국회의 동행명령을 거부하는 그만의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자당 도지사를 상대 야당과 합헤해서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다”고 친정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그는 지난 9일 동행명령장이 빌부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친박이였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 작년 도지사 경선 때도 그렇게 집요하게 방해하더니. 일부 친박들의 주도권 다툼이 도를 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지난달 21일에는 ‘어려울 때 힘을 합쳐 헤쳐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홀로 투쟁하는 개인사건으로 미루고 뒤에서 나홀로 살겠다고 비겁하게 총질하고 그것이 반대진영과 다른 보수정당의 특성이었다. 지금 상황도 다르지 않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새누리당을 향해 불편한 마음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홍 지사 발언의 전체 맥락을 보면 친박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지만 깊이 천착해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한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다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서인지, 그 칼날이 무서워서인지 모르겠지만 노골적으로 표출할 수 않은 절제의 미덕을 보였다는 것이죠. 그만큼 정치적으로 성숙한 홍지사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련한 홍준표, 핵심 피하면서 친박과 정면돌파하면서 줄타기 행보

이같은 추정은 지난 1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끝난 뒤 당사에 모여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한 것에 대해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동근 후배 기자님이 쓴 <여의나루> 칼럼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의나루>칼럼에 따르면 당시 안건은 당 재해대책본부 추가 인선 의결안이었지만, 전날 트위터 글로 친박(親朴·친박근혜) 의원들을 겨냥한 홍 지사 ‘처리’ 문제가 중점 논의됐다고 합니다. 홍 지사는 특위에서 여야가 합의로 국회 동행명령을 내리자, “내가 친박이었다면 나를 이렇게 핍박하겠나”고 노골적으로 친정과 각을 세웠습니다.

회의에선 친박·비박(非朴) 가릴 것 없이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디. 한 최고위원은 “진주의료원에 대한 국정조사 문제와 친박이 무슨 함수관계가 있냐”며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습니다. A최고위원은 “일을 벌여 놓고 뒷수습이 안 되니 당을 물고 늘어진다”고 꼬집었고, B최고위원은 “당에 칼을 겨눈 것이나 마찬가지니 대표가 나서서 혼을 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C최고위원은 국회의 동행명령 거부가 실형으로 이어진 적이 없다는 홍 지사 언급에 대해 벌금형 선고 사례를 들며 ‘세게 나가자’고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당 회의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격앙된 지도부의 분위기를 누가 홍 지사에게 전달할지를 놓고는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 셈이다. 일단 황 대표가 홍 지사와 전화통화를 갖기로 했다고 합니다.

“홍준표, 차기 넘보나” 지켜볼 일

전체 맥락을 보면 홍 지사도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지켜본 홍준표 지사의 스타일로 볼 때 초선 홍준표라면 아마도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눈치 안보고 할말은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대권을 바라볼지도 모를 만큼 거물 정치인의 반열에 올라와 있습니다. 지도자란 측면에서 다듬어야할 덕목이 멀기는 하지만.

홍 지사와 내공의 차이는 있지만 초선의 홍익표 의원, 첫 사고를 쳤습니다. 사고 치는 걸 나무랄 순 없지만 좀 세련되게 사고를 쳤으면 합니다. 경험칙이지만 앞뒤 안보고 사고치는 의원님들,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걸 많이 지켜봐왔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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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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