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녀, 서양남 따르는 이유?… ‘한국녀 능욕’ WP 황당 분석 유감

[친절한 쿡기자] 한국녀, 서양남 따르는 이유?… ‘한국녀 능욕’ WP 황당 분석 유감

기사승인 2013-07-16 16:35:02


[친절한 쿡기자] 저는 오늘 워싱턴포스트(WP) 때문에 조금은 유쾌하지 않아요. 한국녀 능욕 동영상을 보도하면서 엉뚱하게 한국인(특히 한국 남성)들을 비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에요. 미국의 최고 유력지가 이래서야 되겠어요?

‘아니 이런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한국녀 능욕 동영상 다들 보셨죠? 외국인 남성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한 한국인 여성을 마치 동물 다루듯 희롱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말이에요. 77초짜리 짧은 영상이지만 영상 속 서양남들이 어찌나 한국녀를 우습게 여기고 행동하는지… 한국인이라면 보는 순간 열 받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영상은 곧 우리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고 제가 지난 10일 <“피가 거꾸로 솟는다” 외국남성들, 클럽 한국녀 능욕 영상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어요.

5일이 지난 15일(현지시간) WP가 이를 다시 보도했습니다. ‘서양 남성들이 현지 여성을 괴롭히는 충격적인 동영상으로 한국의 웹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하다’는 제목으로 말이죠. WP는 해당 기사에 제 기사를 링크해놨네요. 한국어로 된 기사인데. 하하.

국내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이 기사를 받아 16일 새벽 4시42분 국내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 송고했고요. 저는 WP 기사를 직접 찾아 읽어봤습니다.

서양남 비판은 안 하고, 웬 한국 비판?

맥스 피셔라는 기자가 쓴 기사에는 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한국녀를 능욕한 서양남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없더군요.

대신 “문제의 영상을 한국에 사는 몇 명의 외국인들에게 보냈더니, 그들은 전부 영상에서처럼 서양남이 술에 만취해 여성을 능욕하는 일은 서울에서 극히 일어나지 않는 일(extreme and highly unusual case)”이라고 보도했네요. 마치 서양남이 술에 취해 한국에서 저런 못된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듯 말이죠.

그것까지는 좋습니다. 맥스 피셔 기자는 이후 기사에서 한국녀 능욕 동영상에 발끈하는 우리 한국인들의 성향을 분석합니다. 과거 강대국 틈바구니 안에서 고통 받은 아픈 역사를 지닌 한국인들에게는 민감하다고 했고요.

피셔 기자는 또 능욕당한 한국녀를 비난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전달하고, 더 나아가 한국여성들이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서양남성들을 찾는다고 적었습니다.

너무 나갔어요. WP, 제 자리로 돌아오세요.

“세계경제포럼 연구에 의하면 선진국 치고 한국의 남녀 성차별은 가장 심하다. 한국 여성들은 인도나 부르키나파소,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여성 보다 더 차별 받는다. 이런 상황에 일부 한국여성들은 차별받지 않는 세상으로의 돌파구로 서양남성을 찾곤 한다.”

헐!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닌가요? 한국녀 능욕한 ‘서양 잡것(western some guy)’들 비난하는 게 우선이죠. 왜 뜬금없이 한국사회 비판으로 나갑니까. 제가 만약 우리 신문사에서 이렇게 기사를 썼다면 부장한테 혼쭐났을 거에요. 주제를 흐렸다고요.

우리 부장 같으면 “가장 크게 잘못한 놈을 먼저 조지고, 나중에 그 여성에 대한 비난 여론도 있다고 한 줄 걸쳐야지”라고 소리쳤을 듯해요.

맥스 피셔 기자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데. 제가 할 줄 아는 영어라곤 굿모닝, 하와유, 생큐랑 욕설 등에 불과하니. 쩝. 하여튼 유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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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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