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대한민국과 호주의 개막전. 한국은 일방적인 화력으로 경기 내내 호주를 압도했지만 0대 0으로 비겼다. 호주와의 역대 전적은 6승10무8패가 됐다.
홍 감독은 예상대로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원톱 자리는 김동섭(성남)이 꿰찼다.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 직전 탈락한 김동섭은 호주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김동섭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6골을 기록해 김신욱(울산·12골)에 6골 뒤져 있다. 그러나 역습에 능해 홍 감독의 선수비-후역습 전술에 적합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동섭 아래에 이승기(전북)를 중심으로 윤일록(서울)과 고요한(서울)이 측면에 배치돼 공격을 이끌었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나섰고, 포백라인엔 김진수(니가타)-김영권(광저우)-홍정호(제주)-김창수(가시와)가 섰다.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윤일록과 김진수도 이 경기가 A매치 데뷔전이었다.
홍 감독은 최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가 유행을 타면서 스피드를 덜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한국 대표팀에는 점유율을 늘리면서 빠른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스피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점유율 축구를 하면서 스피드를 앞세워 호주를 몰아붙였다. 호주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은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호주 골문을 두드렸다. 한국은 수비도 탄탄했다. 공을 빼앗기자마자 곧바로 압박에 나섰다. 호주 선수들은 서둘러 공을 처리하다 한국에 공격권을 넘겨주기 일쑤였다. 호주는 한국의 압박에 억눌려 자기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호주 선수들은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사흘밖에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호흡이 잘 맞았다. 공간 활용도 효율적이었다. 한국은 전반 15분 첫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승기가 후방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잡아 윤일록에게 찔러 줬고, 윤일록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낮은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슈팅은 호주 골키퍼 유진 갈레코비치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윤일록은 전반 18분 페널티지역 외고가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깜짝 놀란 갈레코비치가 몸을 날려 간신히 쳐냈다.
전반 20분 이승기가 페널티지역 외곽 정면에서 약 23m짜리 중거리 유효슈팅을 날리자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홀거 오지크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은 골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김동섭, 고요한 등이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번번이 갈레코비치의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슈팅 수는 12대 1로 한국이 압도했다. 유효슈팅은 6대 0이었다. 전반 호주 선수들 중에 눈에 띈 선수는 ‘슈퍼 세이브’ 활약을 펼친 골키퍼 갈레코비치밖에 없었다.
0-0으로 비긴 채 시작된 후반. 호주가 압박을 강화했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홍 감독은 후반 36분 활발한 움직임으로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낸 김동섭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교체 투입된 염기훈은 26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공은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면서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3만1000여 관중의 탄식이 경기장 가득 울려 퍼졌다.
홍 감독은 경기 후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다. 오늘 수비는 완벽했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은 24일 오후 8시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