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권도 명예회복 뒷이야기…스포츠는 투자에 비례한다

한국태권도 명예회복 뒷이야기…스포츠는 투자에 비례한다

기사승인 2013-07-22 15:52:01
[쿠키 스포츠] 한국이 푸에블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은 것은 맞춤형 투자의 결과였다. 한국은 태권도 경기에 전자호구와 차등점수제가 적용된 이후 종주국의 위상이 맥없이 무너졌다. 기존 채점제와는 다른 전자호구에 특성에 맞는 기술개발이 급선무였지만 한국은 정통 태권도를 고집하며 변화를 외면한 탓이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2009년 코벤하겐 대회에서는 여자부가 중국에 종합 우승을 내준데 이어 2011년 경주대회에서는 남자부가 19회 동안 쌓아온 종합우승 자리를 이란에 내주는 참사를 겪었다. 그것도 안방에서 무너진 종주국 위상이라 충격은 더 컸다. 이어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는 8개의 금메달 가운데 달랑 1개만 가져오며 최강 이미지는 더욱 퇴색했다. 이제 경기장에서 한국선수를 만나도 타국 선수들이 전혀 기가 죽지 않는 형국이 됐다. 태권도 강호였던 대만은 타도 한국을 위해 이란인 코치를 영입한 지 오래됐다.

지난 2월 대한태권도협회장으로 선임된 김태환 회장(새누리당 의원)은 무너진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에 맞춰 협회는 그동안 나눠먹기식으로 구성했던 코칭스태프를 협회 창립후 처음 전임코치제를 도입해 공모를 통해 5명의 전임 코치를 선임했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임기를 보장했다.

대표팀이 전자호구에 최적화된 장신선수들로 대거 세대교체가 된 것도 이번 대회 선전의 이유가 됐다. 과거 대표선수들은 키는 작아도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좌우 몸통공격으로 세계를 제패했지만 전자호구와 차등점수제 아래서는 머리공격이 쉬운 장신선수가 절대 유리했다. 지난 3월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세계무대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역대 대표팀 중 최장신들이 뽑혔다. 이대훈(용인대) 이인종(삼성에스원) 김소희(한체대·46㎏급) 김휘랑(동아대)등 4명을 제외하고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경험이 없지만 월등한 신체조건과 강한 체력이 선전의 바탕이 됐다.

대표팀은 역전패가 많았던 한국대표선수들을 위해 체력훈련을 집중연마했다. 대회가 열리는 푸에블라가 2400m의 고지대임을 감안, 출국전 저산소훈련을 병행했고, 역대 해외원정 가운데 가장 빠른 20일전에 멕시코로 와 적응훈련을 실시했다. 안정된 코칭스태프와 겁 없은 신인들로 무장한 대표팀은 2001년 제주대회 후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며 종주국의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한국은 남녀 중량급 8체급에서 단 1개의 금메달을 따내지 못해 이 체급 육성이 시급함을 과제로 남겼다.

한편 대회 마지막날인 22일 한국은 여자 62㎏급의 김휘랑이 결승에서 호주의 마튼 카르멘에게 3대 7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휘랑은 3회전 중반까지 3-2로 앞서나갔으나 체력에서 밀리면서 동점을 허용했고, 종료 2초전 통한의 뒤후리기 머리공격(4점)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로써 전날 종합 우승을 확정지은 한국 여자부는 금 3, 은 2개로 경기를 마감했다. 선수단은 24일 새벽 3시30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푸에블라(멕시코)=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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