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오후 11시, 이러다가 종편에 손발 든다

지상파 오후 11시, 이러다가 종편에 손발 든다

기사승인 2013-07-23 18:04:01

[쿠키 방송] 지상파 오후 11시대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종한편성채널(이하 종편)은 자사 메인 프로그램을 오후 11시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며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오후 11시대의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KBS 1TV와 2TV, MBC, SBS 등 지상파 4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6.628%로 나타났다.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2.208%로 집계됐다.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지상파는 여전히 종편을 압도하고 있지만, 그 차이가 3배에 불과하다. 아침 시간과 저녁 황금 시간대의 시청률이 적어도 5배, 크게는 10배 이상 차이 나는 것과는 대비된다.

또한, 눈에 띄는 수치는 종편 4채널의 오후 11시대 프로그램 시청률을 모두 합치면 10% 턱밑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15일 7.825%, 16일 9.538%, 17일 8.528%, 18일 9.669%, 19일 8.664%, 20일 7.768, 21일 9.835%) 종편이 개국 2년도 채 되지 않아 ‘킬러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편성의 묘를 써가며 애써온 결과다. 또한 여러 차례 재방송으로 핵심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이렇게 쌓인 관심을 본방송 시청으로 이어지게 한 전략도 유효했다. 프로그램 자체적으로는 지상파에서 볼 수 없던 스타가 등장하고, 식상한 소재보다는 생소하고 신선한 아이템을 발굴한 점, 명확한 타켓층의 설정 등이 선전한 이유로 보인다.

무엇보다 종편 오후 11시대 합계 시청률 10% 달성에는 지상파 프로그램의 부진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조사기간 동안 10% 시청률을 넘은 지상파 프로그램은 15일 방송된 KBS 1TV ‘긴급출동 24시’(10.8%)가 유일하다. 그다음이 20일 방송된 MBC ‘세바퀴’(9.9%)다. 일주일간 방송된 지상파 오후 11시대 프로그램 28개 중 10% 시청률을 넘은 프로그램이 하나뿐이라는 것은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예능은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안녕하세요’,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 ‘자기야’,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세바퀴’ 등 포맷이 고정화돼 신선함이 엿보이지 않고 오랜 방송으로 시청자의 피로감도 쌓인 상태다. 상대적으로 최근 신설된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우리동네 예체능’, ‘땡큐’ 등은 기대와 달리 저조한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다.

시사교양은 ‘MBC 다큐스페셜’, ‘PD수첩’, ‘다큐멘터리 3일’ 등이 예전만큼 화제성과 사회성을 갖춘 이슈를 만들지 못하면서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KBS 1TV가 개편을 통해 오후 10시 5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선보이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도 다소 평범한 아이템과 홍보 부족으로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태다.

물론 모바일 기기의 발달과 함께 시청 습관의 다변화로 본방송 TV 시청률로만 시청자를 파악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정확히 드러나는 수치인 시청률을 무시할 수도 없다. 지상파 방송사가 오후 11시대의 ‘경고 메시지’를 읽지 못한다면 어떤 시간대를 또 종편과 케이블에 내어줄지 모를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오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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