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앞 치맥 팔면 큰일난다? 알고보니 무서운 사람들이~

잠실야구장 앞 치맥 팔면 큰일난다? 알고보니 무서운 사람들이~

기사승인 2013-08-23 12:25:01

[쿠키 기획]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야간경기를 앞둔 21일 오후 4시. 서울 잠실야구장 앞에선 노점 15곳이 장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곳 노점은 모두 야구 보며 먹을 간식거리를 판다. 김밥 오징어 문어발 빈대떡 등 여러 먹거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건 단연 치킨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야구장을 찾은 이들은 다른 음식엔 여간해선 눈길을 주지 않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을 치킨부터 찾았다. 한 상자에 1만4000원이 넘는 프라이드 치킨은 수백상자가 오후 7시쯤 대부분 다 팔렸고, 김밥 노점상들은 남은 김밥을 떨이로 팔아보려고 “김밥 500원”을 외쳤다.

그런데 이렇게 잘 팔리는 치킨 노점이 잠실야구장 앞에는 단 2곳뿐이다. 같은 시각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목동야구장 앞에선 노점 10여곳 대부분이 치킨을 팔고 있었다. 야구장 앞 치킨 노점은 직접 닭을 튀기는 게 아니라 치킨집에서 사다가 판다. 누구나 할 수 있을 텐데 잠실야구장 앞에선 그러지 않는 이유가 뭘까.

이곳에서 김밥과 음료를 파는 한 노점상은 “어제는 맥주 두 캔밖에 못 팔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치킨을 팔면 어떠냐”고 묻자 “치킨이 잘 팔리는 건 아는데 함부로 팔았다간 큰일 난다. 무서운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잠실야구장 출입구에서 200m 이상 멀찍이 떨어진 대로변에 배달원 두 명이 각각 치킨상자를 들고 전화로 주문한 야구장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경기장 가까이에서 치킨을 들고 서 있으면 그 사람들에게 혼난다”며 손사래를 쳤다.

인근 치킨집 주인 이모(43)씨는 “잠실야구장으로 배달을 나가면 험상궂은 사람들이 막는다”며 “욕설을 듣는 건 다반사고 멱살 잡힌 적도 많다”고 했다. 이씨는 “과거 동대문운동장 쪽에 있던 사람들이 여기 와서 치킨장사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역시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7월 초 종합운동장역 5번 출구 앞에서 노점 형태로 치킨을 팔려다 봉변을 당했다. 누군가 다가와 “자격도 없으면서 왜 여기서 장사하느냐”며 그가 팔던 치킨상자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김씨는 그와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김씨는 “그 사람들이 잠실야구장 치킨 장사를 독점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겐 김밥만 팔게 한다”며 “주말에는 치킨이 700∼1000상자 팔리는데 하루 1000만∼1500만원 매상을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노점상들의 두려움의 대상인 치킨 노점 관계자는 “여기는 자기가 원래 팔던 품목만 팔게 돼 있다”며 “옆집 물건이 잘 팔린다고 같은 걸 파는 건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송파구청은 2007년 잠실야구장 앞에 노점 시범거리를 조성했다. 노점상 30명에게 영업권을 주고 ID카드를 부여했다. 동시에 영업권의 매매·증여·상속을 금지해 노점상 감소를 유도했다. 하지만 관할 문제로 지난해 3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로 업무가 이관된 뒤 이곳 노점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

한 노점상은 “그동안 노점 단속이나 위생점검 나온 걸 본 적이 없다”고 했고, 다른 노점상은 “전에 하던 사람이 건강 때문에 못하겠다고 해서 자리를 넘겨받았다. 관청에 신고하거나 허락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국의 감독이 사라진 틈을 타 누군가 힘을 앞세워 ‘치킨’을 독점하는 ‘그들만의 룰’이 생겨난 것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정재호 기자
jse130801@kmib.co.kr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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