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U 감정사전] 빗자루 - 땅의 레드카펫
하늘은 붓으로 칠하고, 마당은 빗자루로 칠합니다.
하늘은 가을색이 역력한데 땅은 콘크리트에 덮여 제 색을 내지 못합니다. 싸리비가 쓸모없어 어느 카페 소품으로 걸리는 세상이 됐습니다.
집 마당을 쓸다보면 땅 아래 미물이 빗자루에 쓸려가지 않을까 조심스럽지요. 또 내 발자국이 첫 발자국이 되지 않도록 요령 있게 빗질을 해나가며 타인을 위한 ‘땅의 레드카펫’을 준비합니다.
날마다 궂은 소식만 콘크리트 바닥에 내던져 지는 오늘, 싸리비 손에 쥐고 시멘트 바닥이라도 쓸어볼까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notes 이동균 작 ‘빗자루’. ‘만물상 전’ 2013년 9월4일~24일.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02-726-4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