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같은 상품도 몸값을 달리했다. 3만원대였던 갈비세트는 현재 20만~30만원대에 팔리고 있고 3000원이었던 화장품 세트도 2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정전 직후였던 1950년대는 배고픔을 달래 줄 먹거리가 최고의 선물이었다. 밀가루나 쌀, 계란, 찹쌀, 돼지고기 등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농수산물이 이웃과 정을 나눌 유일한 물건이었다.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진 60년대 최고의 선물은 설탕이었다. 백설표 ‘그래-뉴 설탕’은 6㎏ 780원, 30㎏에 3900원으로 당시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비누, 조미료 등 갓 출시된 생필품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70년대 산업화로 접어들면서 추석선물의 종류와 소비자의 성향도 달라졌다. 음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활필수품으로 확대됐다. 다이알 세수비누와 화장품 세트, 반달표 스타킹 등 여성 속옷 세트, 합성수지 그릇세트, 커피세트 등이 등장해 여성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동서 맥스웰 커피세트는 매출에서 설탕과 조미료에 이어 3위를 차지해 기호품이 추석선물로 보편화됐다.
본격적인 경제성장기인 80년대엔 선물에도 다양화, 고급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백화점의 성장과 함께 상류층의 소비문화가 발달하면서 고가의 고급선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고기선물세트, 참치선물세트, 통조림선물세트 등 규격화된 구성의 선물세트 상품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90년대는 경제성장으로 경제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실용적 소비문화가 주류를 이뤘다. 93년엔 대형마트가 등장하면서 고급선물은 백화점, 중저가 선물은 대형마트라는 인식도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산 식품과 향토 특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이 시기 가장 큰 특징은 상품권의 등장이었다.
2000년대 들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선물도 고가와 중저가로 극명히 갈렸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과 와인·올리브유 같은 웰빙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2010년 이후엔 웰빙에 웰메이드 개념까지 더해졌다. 기상이변으로 신선채소와 과일이 귀해지면서 유기농식품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고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도 인기 선물의 반열에 들어섰다. 특히 장인들이 만든 고가의 제품들은 끊임없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백화점에도 실속상품들이 대거 등장, 선물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됐다. 백화점에도 1~2만원대 생활용품세트들이 선을 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 추석 선물 88%는 가격대 ‘3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