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희 치기공학과 교우회 회장·우완희 방사선학과 교우회 부회장
[쿠키 건강] “일평생 국적을 바꿀 수는 있지만 학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없어질 모교를 생각하면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신 느낌이에요. 돌아갈 친정이 없어진거죠. 마음이 참 아픕니다. 후배들을 볼 명목이 없네요.”
우완희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방사선학과 교우회 부회장은 자신의 학과가 통폐합되는 것에 대해 울분을 쏟아냈다.
최근 고려대가 임상병리·방사선·치기공학·물리치료학과 등 보과대의 8개의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보과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반대의견을 개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학교 측과 격렬히 맞서고 있다.
24일 한명희(사진 왼쪽) 치기공학과 교우회 회장과 우완희(사진 오른쪽) 방사선학과 교우회 부회장을 만나 이에 대해 들어봤다.
◇연구중심대학이 우선? 전통 있는 학과 정체성은 뒷전!
우완희 부회장은 “의료기사를 양성하는 8개의 학과를 없애는 것은 고대보과대만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이곳(고대)을 시작으로 전국에 보건과학대학이 설립됐다. 보건계열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상징”이라고 말했다.
고대 보과대는 1963년 설립되면서 우리나라 의학기술분야(방사선·임상병리·치기공학·물리치료)의 시초를 열어놓았다. 그 후 의료기사 면허증 제도 도입됐으며 의료분야는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기사라는 세 축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졸업 후 의료기사로 진출하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낮아지자 고대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업전문교육에서 연구역량강화교육으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고대가 추진하고 있는 보과대 학과 개편 안에는 현재 세분화돼있는 학과를 합쳐 연구와 공학 중심의 중대형 학부를 만든다는 내용을 취하고 있다. 의료기기·치료기기·질병진단의 공학계열과 제약기술·의약품기술·식품기술의 순수과학계열 등이 그것들이다.
우완희 부회장은 “보건과학만의 학문의 정통성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연구와 공학만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이라며 “실증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해당 학과를 나오고 다시 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해야 제대로 된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선학을 공부하지 않고 관련 의료기기를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지금의 학과 개편안은 후배들을 절름발이로 만드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교우회 측 “커리큘럼 고수한다 해도 학과명 바뀌면 의료고시 볼 수 없다”
학교 측은 해당 학과 학생들의 반발을 고려해 “개편 이후에도 현재 강의목록에 있는 모든 교과목은 그대로 열릴 것이며 의료기사 자격을 원하는 경우 기사 시험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교우회 측은 “학교 측의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한명희 회장은 “학과 개편이 진행되면 네 학과의 학생들은 앞으로 의료기사 국가고시를 응시할 수 없게 된다”며 “현재 법이 그렇게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고시를 치룰 수 있는 자격은 법률에 명시된 학과명의 학생들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커리큘럼이 같더라도 국가고시를 치룰 없다”고 강조했다.
“학과명을 잃는 것은 학과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과 더불어 자격도 권한도 상실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후배들이 분명히 인지해줬으면 좋겠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