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박은선 성별 검진 주장은 심각한 인권침해" 강력 대응"

"서울시청 "박은선 성별 검진 주장은 심각한 인권침해" 강력 대응"

기사승인 2013-11-07 13:37:00
[쿠키 스포츠] “한 인간의 성별을 확인하자는 주장은 당사자의 인격과 자존심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다.”

여자 실업축구 서울시청이 최근 불거진 박은선(27·서울시청)의 ‘성별 논란’과 관련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7일 오전 서울시 상봉 2동 서울시체육회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전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우리 팀이 박은선의 활약 덕분에 상위권으로 올라가니까 지난 7, 8월부터 이런 말들이 나왔다”며 “박은선이 못 뛰면 자기들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개인의 이기주의가 단체의 이기주의로 넘어간 경우다. 성적에 눈이 먼 감독들이 담합해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 갈 선수를 음해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김준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은 “박은선은 이미 2004년 위례정보고 3학년 재학시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성별 판정을 받았다”며 “6개 구단 감독들이 다시 박은선의 성별 진단 결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박은선을 두 번 죽이자는 것이며, 어떤 경우에라도 지켜져야 하는 기본적인 선수 인권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소속 6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 10월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FA(자유계약선수) 소급 적용 등을 논의하던 중 “박은선의 성별을 진단해야 한다”며 논란을 야기했다. 이들은 박은선이 2013년 12월 31일까지 박은선의 성별 진단을 하지 않으면 내년 리그 출전을 보이콧하겠다고 의견을 모았으며, 이런 내용을 문서화해 여자축구연맹에 제출했다.

서 감독은 “사태가 확산되자 6개 구단 감독들은 ‘사적인 농담이었다’며 책임을 회피라고 있다. 명백한 증거 자료가 있는데도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시도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이들에게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하고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시청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정식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김 사무처장은 “진상조사 결과 보고 미흡하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등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권위에서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냈다”고 밝혀 이번 사태는 인권 문제로 비화됐다.

서 감독은 “이번 사태로 박은선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선수들에게도 전화 통화를 자주 하라고 했다. 그러나 예전보다 성숙해졌기 때문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은선은 키 1m80, 몸무게 74㎏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공격수로 예전에도 성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대형 스타로 주목을 받은 박은선은 2003년 미국월드컵, 2004년 아테네올림픽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한 박은선은 부상과 국가 대표팀 및 소속 팀 무단이탈 등으로 여러 차례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2011년 11월 말 서울시청에 복귀해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며, 올 시즌엔 정규리그 득점왕(19골)에 오르고, 서울시청을 처음으로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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