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태극마크를 달고 뛴 모든 경기가 소중합니다.”
‘초롱이’ 이영표(36)는 은퇴에 대한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최근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은퇴한 이영표는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겹친다”고 운을 뗀 뒤 “27년간 치열하게 그라운드를 뛰었는데, 그동안 주위의 도움만 받았다. 주위에 어떤 도움이 됐나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니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기는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하겠다. 국가대표로 뛴 경기는 모두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5~6전부터 은퇴를 준비했다는 이영표는 “은퇴를 생각하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긴 시간 동안 고민했다. 막상 은퇴했을 때 주위 분들이 아쉽게 생각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준비 중인 한국축구에 대해선 “홍명보 감독의 수비 철학이 분명하다. 한국 축구팀이 제대로 가고 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15일 스위스와의 평가전에 대해선 “양 팀의 스타일이 비슷하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우리와 같은 스타일의 팀에게 어떤 방법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다”고 말했다.
평소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이영표는 후배들에 대해 “좋은 축구선수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쉽다”고 조언했다. 이어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다. PSV 에인트호벤에서 3년 동안 뛰며 유럽축구를 이해하고, 경기를 하는 나를 보며 또 한 번 성장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라피스와의 경기에서 90분을 뛴 뒤 동료와 구단의 깍듯한 예우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당시 전반 43분 밴쿠버의 골잡이 카밀로 산베소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공을 집어 들고 이영표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공을 바치는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됐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이영표는 안양공고와 건국대를 졸업한 뒤 2000년 안양 LG(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한국의 4강 신화 주역으로 활약하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2003년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 입단했다. 이어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거쳐 2011년 12월 밴쿠버에 둥지를 틀기까지 줄곧 해외에서 활약했다. 밴쿠버에서는 지난 시즌 MLS 정규리그에서 1경기를 빼고 전 경기를 풀타임 출전해 ‘밴쿠버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영표는 수준 높은 경기력과 성실함으로 가는 구단마다 찬사를 받았다.
이영표는 1999년 6월 코리아컵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며 2011년 초 아시안컵을 마친 뒤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외쪽 윙백으로 꼽히는 이영표는 태극마크를 달고 127경기에 출전했다.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외에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등 큰 무대를 밟았다.
이영표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위스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은퇴식(아듀 NO.12)을 치른다. 이날 축구 팬들은 3만개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이영표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현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